[인터뷰] 김혜수, 대한민국에서 섹시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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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20년 넘게 최고의 위치를 점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중의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연기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김혜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섹시한’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여배우다. 김혜수가 이렇게 오래 톱 여배우로 불리는 이유는 뭘까.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을 마친 김혜수는 들뜬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많은 기자들을 만난다며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겨 대화를 이어갔다. 목감기 기운도 막을 순 없었다. 김혜수는 슈퍼갑 미스김으로 살았던 4개월을 열정적으로 털어놓기도 했고, 조카들이 정말 예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김혜수의 대답은 시종 겸손했고 열정과 진솔함이 동시에 느껴졌기에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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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 반응? 들뜨지도 의기소침해지지도 않는다”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은 현실에도 존재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였다. 계약직을 무시하는 부장에게 쓴소리 하고,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사회생활에 위기에 처했을 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문제를 해결했다. 그래서 미스김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88만원 세대를 위한 ‘현대판 영웅’이라고나 할까.

“이런 뜨거운 반응을 알고있었나.”라고 묻자 김혜수는 “노래방 탬버린 장면이 방송된 날 살면서 그렇게 많은 응원문자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김혜수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연예기사들에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혜수는 흔한 시청률 체크도 하지 않았다.

“잠잘 시간도 부족해서 반응을 체크할 시간이 없었어요. 간간히 스태프들이 스마트폰으로 시청률을 보내주기도 했는데, 크게 신경쓰진 않았어요. 시청자 반응에 우쭐해하거나 의기소침해 하진 않거든요. 우리의 작업은 시청률까지 공감을 얻으면 힘이 되겠죠. 하지만 시청률이 낮다고 기가 꺾이는 일은 없어요. ‘직장의 신’ 이전에 시청률 나쁜 것도 많이 해봤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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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과의 싸움? 치열하게 나를 극복할 이유 없다”

김혜수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웠던 건 그녀의 배우관이었다. 흔히 ‘열정’, ‘자기와의 싸움’ 등 전형적인 대답이 나오진 않을까 우려했지만, 말 그대로 기우였다. 김혜수는 영화 ‘도둑들’에서 펩시의 대사를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자기와의 싸움이요? 자기와 왜 싸워요. 세상에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웃음)”

미스김이란 캐릭터도 김혜수의 그런 연기관의 연장선에 있었다. 멋진 캐릭터인 건 사실이지만 “‘미스김’이 김혜수의 자기발전이나 자기극복의 결과물”이라는 도식은 성립하지 않았다. 적어도 김혜수에겐 그랬다. 캐릭터란 감독과 작가의 협업, 배우의 연기력과 운 등 필요한 게 많다. 미스김은 김혜수가 혼자서 잘한 게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한 작업 가운데 탄생한 ‘선물’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김혜수는 더 솔직한 말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예전에 저 연기 못한다고들 했을 때도 있었잖아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3류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치하게 연기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도 최선을 다했던 게 그거였던 거예요. 앞으로도 그럴거고요. 평가라는 건 객관적인 것이에요. 김혜수란 배우는 스스로 극복하지도 치열하게 하지 않고 그 때 김혜수의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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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아직은 부럽지 않다”

김혜수의 말은 화려한 수사나 미사여구를 넣지 않아도 인터뷰 내 기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문득 그녀의 맨얼굴이 궁금했다. “휴식기에는 주로 뭐하나.”라고 묻자 김혜수는 “거의 집에 있다. 조카를 보거나 여행을 하지 않으면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거나, 쓰고 싶은 걸 쓰고, 보고 싶은 걸 본다.”고 말했다.

‘집순이’ 김혜수에게 다이어트도 대수는 아니었다. 자기관리에 철저할 것 같지만 김혜수는 휴식기에 식단 조절을 하지 않고 자연인의 상태로 지낸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그래서 쉴 때 행사장에서 가끔 보면 ‘장군 돼지’ 같지 않나?”라고 농을 던져 기자들을 포복절도 하게 했다. 단 김혜수에게도 마지노선은 있다. 몸무게가 고 3 때 몸무게를 추월하거나 일단 작품이 결정되면 뼈를 깎는 ‘관리’에 돌입한다.

‘가장 섹시한 여배우’로 살아온 김혜수였지만 그녀의 말에 정형성이나 오만함은 없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금 ‘결혼’이란 판에 박힌 질문을 꺼낸다는 게 조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 대답 역시 김혜수다웠다.

“지금까지 뭘 하고 싶어서 포기했던 적은 별로 없어요. 전적으로 원하는 거라면 은퇴든 뭐든 따질 생각은 없거든요.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혼자 사는 모습이 멋져 보이기 때문에 혼자 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오래 전부터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한 때 진지하게 결혼에 대한 답을 고민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고민은 남들에게 답을 주기 위한 고민이었지 아직 진짜 나의 것은 아니었어요. 확실한 점은, 누군가에 결혼식에 가면 정말 축하하긴 하지만 아직 ‘너무 부럽다’란 생각이 들진 않아요. 아직은요. 그렇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예요. 다만 억지로 생각하진 않을 뿐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직관적으로 외면할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김혜수의 말에서 훗날 그토록 김혜수가 사랑하고 예뻐하는 아이들과 행복한 모습이 상상이 됐다. 1시간 넘는 대화로 김혜수의 모든 걸 판단할 순 없지만, 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없었던 적이 없었던 건 분명해보였다.

김혜수가 ‘섹시한 배우’로 인정받아온 이유는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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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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