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재개발 지정…15년째 황무지로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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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10만 ㎡에 달하는 택지개발지구가 15년째 방치돼 있습니다. 부지 일부가 문화재 보호구역과 겹쳐서 벌어진 일입니다. 토지 보상금도 이미 2300억 원이나 지급됐는 데 기약이 없습니다.

박아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화성에 있는 융건릉.

정조 대왕이 사도세자와 함께 묻혀 있는 조선왕릉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돼 있습니다.

이곳에서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용주사.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사찰로 국보인 범종이 이곳에 있습니다.

두 중요 문화재 사이에 보이는 땅은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공사장 펜스를 따라 여기저기 파헤쳐 놓은 대지엔 잡초만 무성히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2300억 원을 들여 토지 보상까지 마쳤지만, 지금은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자체의 실수로 문화재 보호구역 일부를 포함한 채 개발지구로 지정된 게 문제였습니다.

택지개발지구는 110만 ㎡.

융건릉과 용주사부터 왕릉의 명당 수인 만년제까지, 문화재가 밀집한 지역에 조성돼 15년째 방치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발굴된 정조대왕 초장지의 경우 아예 개발지구 안에서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정해득/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 : 봉분은 사적지 안에 포함돼 있지만 재실과 정자각 같은 중요 시설물들은 터가 개발 지구 안에 포함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제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정조대왕의 능이 처음 모셔졌던 초장지입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들어서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역사공원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 또한 계속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와 LH공사, 시민단체와 원주민이 실무회의를 하고 있지만 이견에 따른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박미경/경기도 화성시 주민 : 드라마에 나오는 장소들도 문화 관광 콘텐츠로 이용해서 개발하고 그러는데 우리나라 역사 문화가 있는 공간을 아파트 짓는다고 해놓고는 그대로 방치해 놓으니까….]

문화재 보존과 개발 논리가 맞부딪쳐 15년째 해법 없는 논쟁만 거듭되는 상황.

정부가 손을 놓은 사이 중요 유적지 주변은 흉물스런 황무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김태훈·이승희 영상편집 : 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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