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오늘(29일)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의심되는 역외탈세 혐의자 23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로써 올들어 역외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된 사람은 모두 68명으로 늘었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법인 15곳, 개인사업자 8명이다. 이 가운데는 그룹 사주나 이름만 대면 알만한 법인도 포함돼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최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실명을 공개한 그룹사주 등 12명 가운데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지역은 버진아일랜드가 8곳, 홍콩이 6곳, 파나마 등 기타 지역이 9곳이다.
문제는 이들의 탈세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마치 정상적인 기업거래인 것처럼 해서 돈을 빼돌리는 수법은 이제 구문이 됐다. 한 무역회사는 해외수입 무역거래를 국내에서 실제 수행하면서도 홍콩 페이퍼컴퍼니가 수행하는 것처럼 위장해 관련 이익을 해외로 이전한 뒤, 사주가 세운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와 직원 명의의 홍콩 페이퍼컴퍼니로 임금을 준 것처럼 다시 빼돌렸다. 모 금융회사 대표는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누락했다.
조사대상자 가운데는 이렇게 해서 빼돌린 자금으로 마치 국외거주자가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것처럼 해서 지분을 늘린 사람도 있다. 이 부분은 악덕 대기업 사주들이 자녀들에게 세금한푼 내지 않고 회사를 물려주는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또 주가조작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특히 눈여겨보고 있는 대목이다. 최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실명을 공개한 12명 가운데도 이런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김영기 조사국장은 오늘 "이들 명단이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하기는 실무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역외탈세 조사를 하기 때문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들 가운데 일부가 포함됐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세무조사에서 또다른 특이점은 일부 탈세자료를 외국 국세청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등 역외탈세 자료를 다량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과 조세정보공유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한국인 관련정보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달이면 본격적인 정보공유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차로 일부 자료를 먼저 건네받아 혐의를 확인한 것이다. 다음달이면 개인별 해외금융계좌 신고도 끝나게 돼, 이들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조세관련 정보와 서로 맞추다 보면 상당수의 세금탈루자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국세청은 기대하고 있다.
올들어 역외탈세로 적발된 건수는 83건으로 추징액만 5천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앞서 이미 45건에 대해서도 역외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진행중이다. 국세청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증세가 아니더라도 탈루된 세금만 제대로 거둬도 국가세입이 몇 천억 단위로 늘어나는데, 그동안은 뭐했냐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세정당국을 압박하지 않았다면, 그냥 그렇게 눈뜨고 새나갔을 세금이 아닌가 싶다. 국세청도 나름대로 변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사람들은 시키는 일만 해서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주마가편의 심정으로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좀더 분발하는 세정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