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을 다시 본다.
세상 일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일은 시대와 상황이 변할지라도 그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아 과거에 지나갔던 일이 오늘날 다시 반복된다는 뜻일 게다. 바로 이 말이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바로 150년전에 칼 마르크스가 저술한 그의 필생의 역작인 <자본론>에 묘사된 자본주의의 붕괴 과정과 지난 2008년 9월 미국의 리만 브라더스사 부도에서 촉발돼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지금껏 세계 경제에게 ‘신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묻게 하는 현 세계 경제상황이 너무나 닮아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사회주의의 ‘성경’이라는 이념적 관점을 떠나 보면 1860년대 이후 본격화된 자본주의 발전상에 대한 하나의 탁월한 경제 이론서이다. <문자들의 쓰레기 집합소>라는 평가에서부터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는 고전>이라는 평가까지 그야 말로 극과 극의 평가가 난무하지만 자본론만큼 주류 경제학에서든 정치경제학에서든 많이 언급되는 경제학 서적도 없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자본론>에서는 자본주의는 외부의 공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운행법칙 때문에 내부로 부터 ‘녹아내려 사라진다’고 분석하고 전망한다. 그 논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즉 자본가는 노동과 생산 설비 같은 자본을 양축으로 해 사업을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공장 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많은 자본가가 사업을 하는 상황에서는 이윤은 크게 늘지 않지만 고정설비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니 이윤율(이윤/설비 투자액)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윤율 저하의 상황에서 자본가는 어떤 방법을 쓰든지 다른 자본가를 도태시켜 독점을 이루어 여타 이윤을 모두 거둬 들이거나 소위 ‘신수종’ 사업을 벌여 요즘 말로 블루 오션에서 새로운 수익을 거둬 들여야 이윤율 하락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분야의 수익을 발굴하면 다행이겠거니와 독점에 의한 방법을 찾게 된다면 그 과정에서의 타 자본과의 갈등도 갈등이지만 독점이 이뤄지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기업의 수가 줄게 돼 산업 예비군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극악한 노동환경이 일상화돼 자체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를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세계 금융위기라는 결과물을 끌어내게 된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 미국의 현 경제상황을 보면 각 분야 경제 독점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경제 활력이 저하되는 자본론에 설명된 자본주의 위기 국면의 모습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쟁력 약화와 독점 심화로 미국에서는 2001년 이후 56,000개의 제조업이 사라졌으며 이에 따라 특히 금융위기 이후 공식 실업률은 7.5%선이지만 일부에서는 실업률이 14%에서 최대 20%선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계 대출액과 학자금 대출액이 각각 2.8조 달러와 1조 달러 선을 넘나 들며, 세계 경제에서 미국 경제 비중도 2011년에 21%으로 저하됐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17조 달러에 이르며 이런 막대한 부채와 이자를 감내하기 위해 미국 연준은 매달 850억달러를 새로 인쇄하는 이른바 양적완화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의 독점 심화와 경쟁력 약화로 미국 중산층의 실질 소득은 지난 70년대 수준에 그대로 묶여있는 결과가 초래됐고, 소득의 정체는 자연히 사회 전체 소비 수요 저하를 불러오게 돼 불황이 심화되니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돈을 빌려 줘 산업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는 경제 정책을 추구하게 됐으며, 그 대표적인 것이 수입이 빈약해도 고가의 집을 사게하는 이른바 ‘서브 프라임 모기지’라는 것이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소비 수요를 유지하게 위해서는 빚을 계속 내야하는 시스템이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금융기관까지 흔들리게 되면 결국 최종 지불자는 정부가 되는 셈인데 바로 이것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의 막대한 정부 부채라는 결과물을 낳게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도 <독점의 심화→경제 소비 수요 정체 내지 감소→대출에 의한 수요 유지→정부 부채 증가>라는 선진 여러나라의 일반화된 위기 국면에서 ‘오십보 백보’인 상황이라 할 것이며 바로 이것이 정부가 아무리 집값 부양을 위해 노력을 한들 소득측면에서나 인구 구성면에서나 부동산 수요가 영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근본 원인 것이어서 이 고리를 끊지 않는 한 자산가치 급락에 따른 대출 제공 금융기관의 붕괴라는 악몽을 한국경제가 완전히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세계 경제, 한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이른바 자본주의 4.0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독점을 막을 수 있는 건전한 경쟁의 틀을 유지시켜 다양한 기업들이 활력을 갖도록 해 소득으로 뒷받침 되는 사회의 소비 수요를 확충하도록 하는 당연해 보이고 어쩌면 답답해 보이기 까지 하는 방법외에는 별다른 묘책은 없는 것이다.
현재는 어렵더라도 이 길을 가면 미래는 좋아질 것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쉽 제공이야말로 정치권의 존재 이유이며 이런 리더쉽 아래에서만 국민들은 어렵고 힘든 길이라도 웃으면서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안다’로 새기지만 조선 22대 국왕 정조대왕은 ‘옛 것을 익혀 새롭게 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한다. 비록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르고 스마트 폰이 판치는 시점에서 보면 케케묵은 시대의 지혜도 현 세계 경제의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다시 보는 열린 생각과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