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을 출세로 이끈 원동력은 보호자에 대한 열망"

WP, 푸틴 전기작가 인용…"푸틴 사단의 공통 정서는 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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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는 무엇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를 무명의 정보요원에서 국가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푸틴 전기 저술에 참여한 러시아 언론인의 평가를 인용해 인간에 대한 불신이 푸틴과 그 측근 그룹을 관통하는 공통의 정서이며 푸틴을 출세로 이끈 원동력은 보호자를 찾으려는 열망이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푸틴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고 있던 지난 2000년 출간된 그의 전기 '제1인자로부터. 푸틴과의 대화'의 공동 저자인 언론인 나탈리야 게보르키얀의 통찰을 바탕으로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신문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장교 출신인 푸틴이 KGB를 떠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을 불신하는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크렘린 내에서는 오히려 푸틴이 2000년 처음 권력을 잡았을 때보다 불신 풍조가 더 확산한 듯 하다고 신문은 꼬집었다.

신문에 따르면 푸틴의 이너서클(Inner Circle) 내에 퍼져 있는 이같은 어두운 불신의 분위기는 서클의 수장인 푸틴 스스로에게서 나오는 것이 확실하다. 전기 저술을 위해 오랜 시간 푸틴을 인터뷰했던 게보르키얀은 그가 사람을 믿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바다-첸트르의 조사에 따르면 푸틴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는 57%에 달한다.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에겐 충분히 높은 지지율이다. 하지만 푸틴은 이 정도의 지지도에선 국민에 대한 불신을 느낄 수도 있다고 현지 정치 분석가 키릴 로고프는 지적한다.

배신의 정서는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의 상처이기도 하다. 푸틴의 부모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900일간에 걸친 레닌그라드 봉쇄를 견뎌야 했다.

이 기간에 푸틴의 형은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는 심한 부상을 당했고 이후 이 부상으로부터 끝내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봉쇄 기간에 약 90만 명의 레닌그라드 시민이 굶주림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생존을 위해선 배신이 불가피한 전략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배신하기까지 했다. 봉쇄기를 견딘 역사학자 드미트리 리하체프는 이 시기를 카니발리즘과 포기의 시간이라고 묘사했다.

푸틴은 게보르키얀에게 단지 몇 명의 사람과만 친하다고 털어놓았다. 푸틴은 친구들에 대해 "그들은 한 번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고 나도 그들을 배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소수의 친구를 제외하곤 주변의 모든 사람을 잠재적 배신자로 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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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출세로 이끈 원동력은 바로 이같은 배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보호자를 찾으려는 열망이었다고 신문은 분석한다. 주변의 위협으로부터 특정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러시아어론 '크리샤(지붕)'라고 부른다.

푸틴의 첫번째 크리샤는 KGB였으며 소련이 붕괴하고 난 뒤엔 푸틴이 한동안 일한 상트페테르부르크시의 초대 민선 시장 아나톨리 소브착이 그 역할을 했다.

소브착이 1996년 시장 선거에서 정적으로 돌변한 자신의 최측근에게 패하고 난 뒤 푸틴은 크렘린궁으로 자리를 옮겨 크리샤를 찾았다.

대통령직도 크리샤의 일환이었다. 게보르키얀은 이것이 푸틴이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길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가 스스로 자신의 보호막을 벗어던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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