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라서 행복한 배우가 있다. MBC ‘백년의 유산’에 출연 중인 배우 윤아정(30)이 그 주인공. 윤아정은 방송가에서 흔히 일컫는 ‘중고신인’이지만 살벌함이 느껴지는 당찬 연기와 입체감 있는 악녀 연기로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악녀 역할’인지 왜 신인들의 스타 등용문인지 절실히 깨닫고 있는 셈이다.
‘백년의 유산’에서 윤아정이 연기하는 김주리는 욕망의 집합체다. 어머니 방영자(박원숙 분)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주리에게 딱 하나 없는 건 바로 이세윤(이정진 분)의 사랑이다. 세윤의 마음이 민채원(유진 분)에게 쏠리자 주리는 세윤에게는 처절하게 매달리는 한편, 영자와 짜고 채원을 구렁텅이로 몰아넣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주리를 보고 있으면 절로 “아, 정말 못됐네.”라는 말이 나오는 건 기자뿐이 아닌가보다. 윤아정은 최근 미용실에 갔다가 “못돼 먹은 애가 왔다.”는 수군거림을 듣기도 했다. 또 한 신발가게 종업원은 “언니 TV에선 정말 못된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라며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단다. 주위 반응이 이럴 정도니 윤아정의 ‘악녀’ 연기가 물이 올랐다는 방증 아닐까.
“악역을 하니까 주위에서 ‘정말 못돼 보인다’는 얘기를 듣는 건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악역 연기를 할 때 힘든 점이 있어요. 현실과 극중 역할의 괴리감이 크다 보니까 연기를 마치고 나면 몸도 아프고 쉽게 우울해져요. 그럴 땐 우울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어요. 최대한 주리를 잊기 위해서 노력하죠.”
사실 윤아정의 물오른 악녀연기의 비밀은 따로 있었다. 윤아정은 드라마 속에서 항상 ‘악녀’였다. SBS 드라마 ‘유리의 성’을 비롯해 KBS ‘다줄거야’, ‘우리집 여자들’에서도 얄미운 역할이었다. 지난해 종영한 tvN ‘노란 복수초’에서 윤아정은 이유리를 비극에 빠트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연이은 악녀역할로 윤아정은 찔러도 피한방울 날 것 같지 않은 앙칼진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사실 윤아정의 성격은 그 반대다. 촬영장에서는 늘 스태프들을 모두 챙겨 ‘큰 누나’ 역할을 자처한다. “스태프들 한명이라도 식사를 거르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꼭 ‘왜 밥 안 먹어’라며 계속 챙기는 게 버릇이 됐다.”며 윤아정은 밝게 웃었다.
‘백년의 유산’에서 앙숙관계인 유진과도 끈끈한 우정을 자랑한다. “유진 씨를 미워하냐고요? 에이 설마 그럴리가요.”라며 윤아정은 큰 웃음을 터트렸다. 윤아정은 유진을 차에 태우고 생명을 위협하는 장면을 찍다가도 감독의 ‘컷’소리만 들으면 “오늘 진짜 춥다, 그치?”라며 다시 다정한 친구로 돌아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아정은 최근 드라마에서 계속 누군가를 짝사랑하는 배역만 맡았다. 그래서일까. 윤아정을 두고 ‘짝사랑 배우’라는 말도 나온다. 윤아정은 이에 발끈하며 “짝사랑 그만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누구를 좋아하더라도 길게 좋아하진 못한다.”면서 윤아정은 다음 작품에서는 알콩달콩한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인터뷰 ②편에서 계속…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