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된 ‘김영란 법’, 반드시 원안대로 제정돼야 한다.”
‘국민들이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고쳐야 하겠다’라고 생각해서 입법하자고 제안했는데..
▷ 한수진/사회자: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일명 김영란 법의 핵심 사항이 원래 안에서 모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명무실의 위기에 처했는데요. 지난 8월이죠. 이 법안을 처음 입법 예고하신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일명 김영란 법의 핵심 사항이 모두 사라졌다. 누더기화 되었다. 이런 소식이 나오고 있는데 어떠세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제가 지금 위원장이 아니고요. 있던 기관에 대해서 언론으로만 접하고, 이런 저런 말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도 실망스러우시죠?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지금 보도된 것이 사실이라면 입법 취지가 많이 사라졌다. 취지를 이루기 어려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도된 내용은 일단 검토해보신 것이죠?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신문보도로만 보았습니다. 제가 떠난 기관이라서요. 떠난 기관의 업무에 대해 이런 저런 간섭을 하거나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곤란하기 때문에 언론으로만 접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단 처벌이 약화되지 않았습니까.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전부 과태료로 많이 바꾸었는데요. 이것은 저도 그럴 수도 있다고 예상했던 부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무리 잘못해도 형사 처벌받지 않고 행정치분으로 끝나도록 법안이 바뀌게 될 것 같은데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그것은 조금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형법에, 뇌물죄나 이런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보다 직무관련성이나 대가 관계를 없앴으니까요.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처벌을 받게 했으니까 그것은 꼭 형사 처분까지는 안 가도 된다. 여기까지는 저도 예상을 했던 것이고요. 예상 하지 못 했던 것은 직무관련성을 전부 없애버렸던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직무관련성이 이렇게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그것은 형법에서 뇌물죄가 직무관련성 있는 자로부터 돈을 받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거든요. 왜냐하면 대가관계에 있는 돈을 받을 때 뇌물이 되는데 지금 대법원 판례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돈을 받으면 거의 대부분을 대가관계가 있는 돈으로 보기 때문에, 뇌물로 보기 때문에 법을 이렇게 고치면 거의 뇌물죄로 처벌되는 것을 괜히 과태료 규정을 만드는 것처럼 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지금 법무부 같은 경우는, 과잉 처벌이다. 이런 입장이지 않겠습니까.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네. 보도 상 그렇게 보도가 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게 과잉 처벌이냐. 아니냐의 문제인데요. 제 생각에는, 결혼할 때 부조를 한다든지. 전체적으로 회식을 한다든지. 이런 모임 이외에 그냥 친구로부터 많은 돈, 100만 원 이상의 돈을 받는 것 이런 것을 처벌하는 것이 과연 과잉처벌인가.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과잉처벌로 보이지 않지 않습니까. 모든 사람이 과잉처벌이 아니라고 하는데 법무부만 과잉처벌이라고 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특히 저희 공직 사회가 좀 더 깨끗, 청렴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당초에 김영란 법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진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이런 핵심적인 부분이 빠진 것 같은데요. 지금 사실 보면 공직자들이 부패와 관련해서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이 대가성 부분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죠. 위원장님?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그렇습니다. 대가성이 없이 금품을 받는다는 것은 스폰서가 된다는 것인데요. 그 스폰서를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스폰서를 막는 법으로 이 법을 제안한 것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스폰서 검사도 그렇지 않습니까.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것을 직무 관련성을 요구하면 스폰서 못 막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법이 후퇴한 것이 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스폰서 검사들 같은 경우도 꾸준히 금품을 받아왔지만 결국은 무죄가 선고된 것이죠.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막상 청탁이 실현될 때는 돈을 주고받지 않으니까요. 평소에 늘 스폰서가 되어있던 것이니까. 그것을 막지 않으면 아무리 뇌물죄가 있어도 이 부분을 고칠 수 없다. 이게 문제 인식인데, 그런 문제인식에서 이런 법을 만든 것인데 그것이 과잉처벌이다. 이런 논리이니까 설득이 안 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법무부가 너무 엄격하게 법 해석을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평소에 형법을 다루는 검사들이다보니까 형법적 시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일종의 문화를 바꾸는, 스폰서 문화나 청탁 문화를 바꾸는 것인데 이것을 형법적 시작으로 보니까 그렇게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지만 입법 취지나 입법의 필요성. 이런 것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한수진/사회자:
위원장님도 법조인이신데 생각이 많이 유연하신대 말이죠. 법무부 쪽은 생각이 협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입법예고가 지난 해 8월에 되었는데 그 동안 진통이 많았잖아요. 법안이 발의되지도 않았고 저항이 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법무부에서 너무 오랫동안 생각한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왜 이렇게 오래 생각했을까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굉장히 오랫동안, 한 번 의견 조율을 보내면 몇 달씩 가지고 있고 해서 일이 굉장히 늦어졌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요. 김영란 법에서 보면 민간부문에 있다가 고위 공직자로 임명되는 경우에 2년 간 활동을 신고하도록 한 그런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살아남아 있나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제가 잘 모르죠. 언론으로만 접했기 때문에요. 다른 보도는 없는 것으로 봐서 다른 부분들은 살아있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면 법안 처리를 서둘러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면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검토해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올 상반기에 김영란 법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내부적으로 그런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 늦어진 감은 있거든요. 일단은 내고서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판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법무부와 협의한 것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에요. 그런 판단을 권익위원회에서는 했을 수 있어서요. 제가 내부 사정은 잘 모르기 때문에요. 일단은 제출하고 논의하자. 라고 해서 협의할 수도 있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상황에서 김영란 법이 원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저도 그것을 잘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국무회의 석상이나 대통령께서 이야기를 하신다거나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신다거나 해서 아직도 보완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겠죠. 국민들이 원하시기 때문에요.
▷ 한수진/사회자:
위원장님께서 이 법안을 입법 예고하신 것을 보면 우리나라 공직사회 부정부패가 아주 심하다고 보시는 거죠?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네. 사실 우리가 피부로 느끼기를 공무원들의 부패가 예전보다 없어졌다고 느끼지 않습니까. 눈에 보이는 현상은요. 통계 자료를 보면 실제로 부패를 경험했다는 국민들은 2~3% 내지밖에 안 나옵니다. 그런데 부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60%정도가 부패하다고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갭이 굉장히 큰데 그게 어디서 오는가를 제가 생각해보니 서로 아는 사람. 연고관계. 평소에 스폰서 이런 사람들과 맺어진 인간관계 때문에 청탁하고 이런 것을 사람들이 다 부패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실제로 얼마나 부패한가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고쳐야 하겠다. 라고 생각해서 이 법을 입법하자고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진국 같은 경우는 부정부패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죠.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예전에 다 시행이 되었고요. 선진국은 이미 우리 식의 서로 아는 사이라고 챙겨주고 이런 문화 자체가 없는 것이죠. 미국 같은 경우 1962년도에 이 법이 만들어져서 시행되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법이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까.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네. 있습니다. 미국 공무원들은 굉장히 엄격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접해보면요.
▷ 한수진/사회자:
딱 50년이네요. 그런데도 그것마저 온전하게 법으로 만들어지기 힘든 상황입니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