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연기할 땐 예뻐 보이길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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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무 못생기게 나왔죠?"

배우 엄정화는 인터뷰 자리에서야 '서진이 엄마'에게서 벗어난 듯 했다.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이 너무 못나게 나온 것 같다며 행복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엄정화는 영화 '몽타주'(감독 정근섭)에서 자신이 가진 미(美)를 모두 버렸다. 볼륨감 넘치는 몸매도 애써 가렸다. 작품 안에서는 배우 겸 가수 엄정화가 아닌 '서진이 엄마'여야 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아름다운 건 아니다. 더군다나 금쪽같은 아이를 납치당한 엄마가 예쁜 얼굴을 간직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세상의 모든 비극과 절망을 껴안은 엄마의 얼굴은 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초췌할 수밖에 없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닌 이상 연기할 때는 예뻐 보이길 포기한다. 왜냐면 엄정화가 아닌 그 캐릭터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철저하게 '서진이 엄마'로 보이고 싶었다. 노메이크업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펑퍼짐한 치마를 입어서 몸매를 감추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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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영화 '오로라 공주'를 통해 애절한 모성을 연기했던 엄정화는 5년만에 또 한 번 엄마로 돌아왔다. '댄싱퀸' 이후 1년 만에 출연한 영화 '몽타주'는 15년 전 눈앞에서 손녀를 잃어버린 할아버지(송영창)와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엄정화), 15년간 미제사건에 인생을 건 형사(김상경)가 다시 나타난 유괴범을 쫓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댄싱퀸' 이후 묵직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몽타주'의 시나리오를 읽고 되게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공소시효'(어떤 범죄사건이 일정한 기간의 경과로 형벌권이 소멸하는 제도)라는 소재에 15년을 오가는 설정도 그렇고, 특히 후반부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 역은 내가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의 비극은 충분히 느껴졌지만, 표정과 움직임이 거의 없는 터라 '이걸 왜 나한테 줬을까'싶더라. 그러나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후반부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와 닿았고 놓칠 수 없었다" 

엄정화는 이번 영화에서 보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절절한 모성 연기를 선보였다. 그녀 말대로 사건의 미스터리가 쌓이는 영화 중반까지는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미스터리가 풀려나가는 시점부터 엄정화는 폭발적인 열연을 펼쳤다. 영화 후반부 아이를 잃은 엄마의 처절한 감정을 드러낸 신은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잊히지 않을 명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싱글 여배우가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명연기가 '경험'의 토대 위에서만 탄생하지 않음을 엄정화는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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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잘 모르겠다. 단지 그 상황을 거듭해서 상상할 뿐이다. 후반부 오열 신의 경우 찍기 전까지 나도 걱정을 많이 했다. 크랭크인하고 초중반까지 내 분량이 많지 않아서 촬영장을 몇 번 못 가기도 해서 감정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다. 감정이란 게 미리 왔다가 가는 일도 있고, 또 지나고 난 후에 올때도 있는 터라 확신할 수 없지 않나. 다행히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감정이 끊기지 않고 쭉 이어졌던 것 같다"

'몽타주'는 범죄에 대한 처벌을 어떤 기간 안에 한정 짓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영화다. 엄정화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공소시효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용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기간에 관계없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

엄정화는 이번 영화를 계기로 좀 더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주관한 ‘2013 제7회 실종아동의 날’ 명예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는 24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되는 아동 실종ㆍ유괴 방지 캠페인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수동적이었던 것 같다. '오로라 공주'때부터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됐다. '실종유괴예방 캠페인'에 기부할 바자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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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엄정화의 보폭은 넓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연기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최근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여배우들의 연령대가 높아진 것에 대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여배우가 서른이 넘거나 결혼을 하면 주인공 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양한 영화가 나오고 그만큼 여배우들의 캐릭터도 많아진 것 같다. 또 무엇보다 관객들도 배우와 함께 나이 들어가니까 관객 연령대도 자연스럽게 넓어져서 좋다. 미국의 메릴 스트립, 프랑스의 이자벨 위페르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엄정화는 지난해 출연한 영화 '댄싱퀸'이 400만 흥행에 성공하며 흥행의 단맛을 보았다. 그 후 1년 만의 컴백이라 흥행에 대한 기대와 부담도 있을 터. 엄정화는 "흥행은 아무도 모르는 거라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우선은 시사회 분위기가 좋아서 기쁘게 홍보 할동하고 있는데 하늘에 맡겨야 할 것 같다. 흥행 예감? 이제까지는 내 예측과 잘 맞은 편이었다. 자신할 수 있는 건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재밌다고 할 것 같다는 것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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