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일랜드’ 기술적으로 가능
이번 체세포 이식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성공은 두 가지 의의가 있다.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는 1996년 영국 노팅엄대 교수 ‘켐벨’이 양에게서 처음 성공했다. 켐벨 연구팀은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이후 동물 실험에서는 여러 차례 성공이 반복됐지만 인간에서는 계속 실패했다. 이번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를 인간에게 처음 성공했다는 것이 당연하지만 첫 번째 의의다.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복제 인간으로 주연을 맡았던 영화 ‘아일랜드’가 기술적으로는 완벽히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서 재미난 부분이 하나 있다. 연구팀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논문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최적화된 방법(optimized approach)이라고 알려진 기술들이 그 동안 인간의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곤경에 빠뜨렸다(circumvent). 기존 관점에서는 별로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suboptimal activation)으로 오히려 성공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
효율적인지 않은 방법으로도 성공했던 요인을 신선한 난자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신선한 난자란 20-30대 여성에게서 배란할 때 채취한 것이다. 연구팀은 난자의 상태에 대해 ‘최고급 품질(premium quality)’이라는 단어를 썼다. 우리나라는 난자를 직접 채취해 실험하는 게 금지되어 있다. 인공수정 시술 후 폐기되거나 냉동 보관되어 있는 난자만 실험 할 수 있다. 국내 한 연구팀에서도 2009년부터 체세포 이식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성공할 수 없었다. 좋지 않은 난자의 상태가 실패 이유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정부에 인공수정 후 사용하지 않은 살아 있는 난자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이런 까다로움에는 이유가 있었다. 논문조작으로 떠들썩 했었던 이른바 ‘황우석 사태’ 당시, 논문의 조작사실 말고도 연구원 여성들의 난자를 직접 채취했던 게 논란이 됐었다. 황교수는 여성 연구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고 설명했지만, ‘수퍼 갑’인 책임 교수에게 ‘절대 을’인 연구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라는 교수의 말은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난자 채취를 한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여성 연구원도 여러 명 보고 됐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 배아줄기세포 연구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해졌다. 하지만 이런 조건에서는 미국의 연구팀과 경쟁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두 번째 의의는 효율성이다. 체세포 이식 인간배아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비효율적이라면 큰 가치를 두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수천 개의 난자를 소모한다면, 이 방법은 실제 치료제를 만드는 방법으로 이용할 수 없다. 연구팀은 126개의 난자에서 6개의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 1개의 성공된 배아줄기세포는 인구의 0.2%를 책임 질 수 있다. 한 사람이 거부반응 없이 타인의 장기를 이식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바로 0.2%이다.
나와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세상 사람 중 0.2%는 나와 면역거부반응 없는 유전자를 지닌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인구 100%에게 적용할 수 있는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를 만들려면 몇 개의 난자가 필요한지 계산해 보겠다.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간략히 계산해보면, 1개가 성공하면 0.2% 를 담당할 수 있으니까, 10개가 성공하면 2%, 100개가 성공하면 20%, 500개가 성공하면 인구의 100%를 모두를 담당할 수 있다.
이를 일차 방정식으로 풀어보자. 126 : 6 = X : 500, X=10,500, 즉 10,500개의 난자만 있으면 된다. 물론 1만 5백 개의 난자가 적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의 성공률은 '수천 분의 1'이었다. 실제로 임상적용이 불가능한 효율이었다. 하지만 이번 성공의 효율성은 쉽지는 않겠지만 임상적용이 가능한 범위까지 들어온 것이다.
하나 추가된 윤리적 문제
기독교는 난자와 정자의 결합체인 수정란부터는 생명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부적으로는 난자와 정자도 생명체로 보는 듯 한다. 천주교에서는 피임약과 콘돔 등 인위적인 피임방법을 금하고 오직 배란주기에 따른 자연피임법만 인정하는 걸 보면 그렇다. 때문에 종교계에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자체가 반 윤리적이다.
반면 과학계는 배아줄기세포의 윤리성을 사람이 될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왔다. 연구에 쓰이는 배아줄기세포를 다시 여성의 자궁에 주입했을 때 정상적인 착상과 임신과정을 거쳐 사람이 될 수 있으면 비윤리적인 연구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윤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정란이 된 후 14일 이전의 초기 배아를 사용해 왔다. 이 초기배아에서 외피층 (trophectoderm, 영양외배엽)을 벗겨내고, 안에 있는 줄기세포 덩어리만(inner cell mass) 을 배양해서 연구에 사용하는데, 외피층을 벗겨낸 줄기세포 덩어리는 착상능력이 없어 스스로 생명체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배아줄기세포를 처음으로 분리해낸 제임스 톰슨 박사는 외피층을 벗겨내고 분리해낸 배아줄기세포덩어리라 할지라도 적정한 배양 조건을 만들어 주면 외피층을 다시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현재 세계 여러 연구기관에서 배양되고 있는 수많은 배아줄기세포가 적당한 처리 과정을 거치고 다시 여성의 자궁에 들어간다면 착상이 되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성공한 6개의 체세포 이식 배아줄기세포의 경우에도, 여성의 자궁에 넣어 임신 과정을 거치게 되면, 6명의 복제 인간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복제인간'이라는 윤리적 문제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