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 위험이 큰 임신 8개월의 직원이 회사에 무급휴직을 신청했으나 사실상 거절당하고 근무 중에 양수가 터져 조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국내 한 수입화장품 회사와 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으로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던 김수아(30·여)씨는 임신 29주(약 8개월)이던 지난 3월 18일 오전 양수가 터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테라피스트(마사지 직원)로 당시 고객 서비스 중이었던 김씨는 당일 병원으로 실려가 이튿날 오전 1천500g의 여아를 조산했다.
김씨는 지난 1월부터 임신 중 근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3월부터 무급휴직을 쓰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2월 중순 회사가 작성한 3월 근무표에 같은 달 14일까지 일하기로 돼 그에 동의했으나, 며칠 뒤 3월 말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남편 최성윤(36)씨도 "(아내가) 당초 3월 초부터 휴직을 희망했지만 어렵다면 회사가 제시한 (3월) 14일까지는 근무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근무 일정을 바꿨고, 이에 항의했지만 회사는 일정대로 근무해야 한다고 강요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는 "양수가 터져 병원에 가는 아내에게 회사 관리자가 전화를 걸어 '다음 고객은 어떻게 하느냐. 당장 대체인력을 찾아보라'고 채근했다"면서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어제 퇴원했지만, 자가호흡이 어려워 심장수술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09년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아 병원에서 조산·유산 위험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말에도 하혈을 해 2주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는 백화점 입점 11개 브랜드의 국내 유수의 수입화장품 기업이다.
노조 측은 회사 측이 평상시 여직원들의 임신 소식에 '관리를 잘 했어야지'라고 핀잔을 주거나 육아휴직에 제한을 두는 사례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직원의 조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여직원이 많은 회사의 특성상 관련 직원들의 출산·육아에 편안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려고 배려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3월부터 출산휴가를 쓰겠다는 공식 요청이 들어온 게 없다"며 "근무일정표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최종 일정은 김씨와 논의를 통해 진행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