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보관함에 자물쇠 채운 마을…슬픈 이유

극도의 외로움 못 견뎌…노인 음독자살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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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농촌에선 농약 보관함에 자물쇠를 채우고 있습니다. 슬픈 이유가 숨어있었습니다.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농촌 마을입니다.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에 문이 굳게 잠긴 집이 보입니다.

마루 앞에 놓인 신발 한 켤레엔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집 안엔 온통 잡초와 쓰레기 투성이입니다.

벌써 3년째 폐가가 된 집입니다.

홀로 이곳에 살던 70대 할머니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이후 일 년 새 노인 두 명이 더 음독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동네 주민 : (주민들이) 굉장히 힘들었죠. 처음 있었던 것도 아니고 2년 사이에 몇 건씩이나 있었으니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을에는 가구마다 농약 안전보관함이 보급됐는데요, 관리자 이외에는 아무나 열 수 없도록 이렇게 잠금장치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자살하는 노인의 40%인 1천 400여 명이 농약을 마시고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루 평균 4명이나 됩니다.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힘이 없어 농사도 짓기 어렵고,

[김진주/81세 : 누워서 텔레비전이나 틀고 있지 뭐. 뭐해요. 농사도 못해요, 나는 일도 못해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홀로 남게 되면 외로움은 배가됩니다.

[문순애/79세 : 늙어서도 내외간에 있으면, 그런 사람은 좋아 보이고. 혼자 허덕이니까 그게 또 안 좋고, 혼자 사는 게 그렇더라고.]

극도의 외로움과 무관심 속에 방치된 농촌의 노인들.

미봉책인 줄 알면서도 농약 보관함이라도 걸어잠그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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