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창중 씨의 '알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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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을 돕던 한국문화원 인턴 직원을 새벽에 자기 호텔 방으로 불렀을 때, 윤창중 씨는 알몸이었다고 한다. (윤 씨 본인은 속옷을 입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속옷을 입고 있었는지 벗고 있었는지 듣기 민망한 공방이 이어질 때 문득 윤 씨의 알몸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혹시나 윤 씨가 자신의 알몸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윤 씨가 열심히 몸을 갈고 닦아서 소지섭이나 송승헌 같은 초콜릿 복근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 새벽에 젊은 여성에게 자신의 몸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해본 것은 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작년에 나는 복근을 만들어보려고 운동을 꽤나 열심히 했다. 젊은 연예인의 초콜릿 복근이니 뭐니 하는 말들이 한창 유행할 때였다. 하루에 윗몸일으키기를 100개 이상 해보기도 하고, 40분 이상 달리기도 하고 푸시업도 꾸준히 했다. 그러기를 몇 달,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지만 몸이 만들어지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초콜릿 복근은 아니지만 희미하게 '王'字가 보이는 듯 했을 때부터 매일처럼 아내에게 내 몸이 달라지지 않았느냐고, 복근이 생긴 거 같지 않느냐고 물었다. 주일 간격으로 사진을 찍어 비교해보기도 했다.

어찌 보면 王字가 더 선명해진 듯도 하고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할 때는 아내에게 묻고 또 물었다."(배에 힘 주며) 이렇게 하면 王字가 좀 비치는 것 같지 않아?" 아내는 기분이 괜찮을 때는 "좋아진 거 같아요", 기분이 별로일 때는 "글쎄.."라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는 내 복근 타령에 견디다 못한 어느 날 아내가 마침내 폭발했다. "그만 좀 해..복근은 무슨 복근이야? 그리고 그 나이에 복근 만들어 뭐 할려고?"

결정적으로 내 복근 타령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조카딸이었다. 봄 휴가를 같이 간 수영장에서 초등학교 5학년 조카딸에게 물었다. "지윤아, 큰삼촌이 복근이 좀 있는 것 같지 않아?" 조카딸은 배실배실 웃으며 말했다. "없는 거 같아요.. 불룩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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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윤창중 씨는 알몸을 보이면서 그 인턴에게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어머, 복근이 있으시네요" 이런 말이라도 기대한 것일까. 아니면 "연세에 비하면 몸이 참 훌륭하시네요" 이런 말이라도 해주길 기다렸을까. 윤 씨는 자신의 생일날인데 아무도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하면서 윤 씨는 그 피해자에게 무엇을 기대했을까. 20대 초반의 그 인턴과 '워싱턴의 로맨스' 같은 것이라도 기대했던 것일까.

몸만큼 나이 들지 않는 마음이 문제다. 몸은 중년이지만 생각은 지금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춘이다. 젊은이들 못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 그 의욕이 문제다. 나 역시 그렇다. 눈은 흐려지고 난독증까지 생겼지만 마음은 20대 초반의 뜨거운 봄이다. 복근 타령을 하며 지낼 때 나는 의욕에 넘쳤다. 소지섭 정도의 복근은 아니지만 11자 복근 정도는 할 수 있어! 이렇게 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마음만 앞선 일이었다. 의욕이 있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좀 운동하는 척 해봤지만 내장에 낀 지방은 사라지지 않았고 툭 불거진 아랫배는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툭 불거진 배를 아내에게 보이면서 복근 타령을 해대서 다행이었지만, 윤창중 씨는 워싱턴에서 젊은 처자에게 '알몸 시위'를 벌이다 패가망신을 했다. 이 땅의 중년 남성들에게 고한다. "당신의 아랫배를 기억하라.. 그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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