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식 기자의 북한 포커스] 중국이 대북 압박에 주저하는 이유

北 변화 위한 채찍 들도록 中이 움직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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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월 8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를 채택했다. 2094호는 북한의 핵, 미사일 같은 금지 품목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가 있을 경우 화물검색을 의무화하고 금융거래도 금지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항공기의 경우에도 금지 품목이 실려있다는 의심이 들 경우 이착륙 및 영공 통과를 불허할 것을 촉구했고, 외교특권이 인정돼오던 북한 외교관에 대해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주의를 강화하도록 했다.

리바오둥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제재결의안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의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절차”라며 “마땅히 전면 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산하 부처 등에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관련된 유엔 결의안 2087호를 철저히 이행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중국 내에서 북한의 잇딴 도발에 불만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던 중국이 이번에는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제재를 가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북핵은 싫지만 북한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북한 붕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기본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는 있지만 중국은 그것을 활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중국이 대북 압박에 주저하는 이유는?

북한이 중국의 말도 듣지 않는 골치 아픈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 압박에 주저하는 것은 북한의 존재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미·일 대(對) 북·중·소의 구도가 전개되던 냉전 시기에 비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은 한미일과의 사이에서 여전히 완충지대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없다면 동북아에서 한미일의 관심 표적이 중국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북한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미일의 주시 대상은 북한으로 분산된다. 오히려 북한을 다루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오는 정치적 이득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또, 북한이 무너지면 북중 국경지역이 불안정해지고 대규모 난민이 중국으로 몰려들 것을 우려한다. 1000km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붕괴가 중국에게 재난에 가까운 현안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경제발전에 집중하려는 중국에게 이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부전(不戰, 전쟁방지), 불란(不亂, 혼란방지), 무핵(無核, 비핵화)’이라는 한반도 정책기조에서 보듯, 중국은 한반도 정세가 안정된 상태에서 자국의 경제에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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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북한은 중국에게 미국의 대중포위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중국이 세계의 주요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중 간에는 협력과 함께 경쟁 구도도 가시화되고 있는데, 미국은 최근 들어 아시아 우선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아시아로의 군사적, 외교적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아직은 국력에서 미국에 뒤처지기 때문에 미국과의 전면대결 구도로 나설 수는 없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아를 아우르는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에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존재는 이러한 중국에게 전략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다. 다소 골치 아프긴 하지만 북한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것이 중국에게는 이익이 되는 셈이다.

‘채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북한

외교정책을 구사함에 있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이다. ‘채찍’을 통해 상대에게 압박을 가함과 동시에 상대의 구미에 맞는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상대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 본 대로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강한 ‘채찍’을 휘두르기를 주저한다. 북한의 안정이 국익에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제재 이행에 다소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북한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제재에 나설지는 미지수이다. 북한의 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이렇게 대북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채찍’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 무늬만 ‘채찍’일 뿐, 북한이 이를 제대로 된 ‘채찍’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해 ‘채찍’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북핵문제의 해법을 모색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소극적인 입장은 변하지 않는 요소로 상정하고, 이러한 고정변수를 바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가 바로 그 해법으로 제시된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해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근본적으로 청산하고 북한이 안도감을 갖도록 하는 ‘당근’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북한도 ‘비핵화 대화는 없어도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을 것’(北 외무성 성명, 2013. 1. 23.)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 시작된다면 협상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채찍’ 없는 ‘당근’으로만 효과 거둘 수 있나

하지만 ‘채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근’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압박을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평화체제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경우, 북한은 평화체제 협상을 통해 김정은 체제를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를 풀어내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몰두할 뿐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평화체제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북한은 핵능력을 증강시키면서 한미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진다고 해서 북한이 불리할 것도 없다. 북한에게 빨리 비핵화에 나서야겠다는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 한 시간은 북한 편인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은 그 이슈의 폭발력으로 인해 ‘비핵화’라는 문제를 전면에서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비무장지대 관리, 서해 NLL 문제와 남북한 군대의 군비통제 등 개별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평화협정을 구성하게 될 개별 이슈들 하나하나가 모두 그 자체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것들이어서, 이러한 문제들이 논의되기 시작하는 순간 ‘북한 비핵화’라는 이슈는 주변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주요 현안이 돼 있어도 진전이 어려운데, 폭발력이 큰 다른 이슈들과 뒤섞여버릴 경우 ‘북한 비핵화’는 더욱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한 정부당국자의 말대로 “평화체제 논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움직일 방법은 없나?

중국이 ‘북한이 아플 정도의 채찍’을 들게 할 방법은 없을까?

중국이 북한에게 ‘채찍’을 들도록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활용해왔던 방법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에 대한 주문(혹은 압박)이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국제질서의 한 축을 이끌어가고 있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무시하는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중국을 소극적이나마 움직이게 했던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의 도발을 묵인할 경우 미국이 동북아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중국을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요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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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같은 압박은 ‘북한이 아프게 느낄 정도의 채찍’을 중국이 휘두르도록 유도시키지는 못했다. 명분보다는 실리가 앞서는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보편적 국제규범이라는 명분이 북한이라는 실리를 앞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터져나오고 있지만, 북한이 주는 전략적 이익과 북한 붕괴 시 초래될 국경지방의 혼란 등을 생각한다면 중국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한에 대한 압박이 중국의 국익과 배치되는 않는다는 기본입장의 전환이 있지 않는 한 중국의 대북정책이 바뀌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 체제’ 유지가 중국의 국익인가?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국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과 같은 북한 체제가 지속되는 것이 중국의 국익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붕괴가 가져올 불안정성과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위치 때문에 북한이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나서는 도발적인 북한은 중국에게도 부담이다. 무너지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북한을 지원하지만, 가능하다면 주변국가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북한이 중국에게도 바람직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북한문제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을 여지가 생긴다. 한국도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바라지만) 북한이 바로 무너져 흡수통일되는 데에는 많은 부담이 따르는 만큼, 북한이 도발적이지만 않다면 상당기간 공존하고 싶은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통일을 위해 한국도 통일이라는 목표를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조용한’ 북한과 상당기간 살아갈 수 있다.

결국 한국과 중국은 ‘지금보다 덜 위험한 북한’이라는 지향점에서 이해관계를 부합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존재를 국익으로 여기는 중국과 당장의 흡수통일에는 부담이 따르는 한국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이해관계를 부합시킬 여지가 있다면, 서로 협력할 길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중국과 협력할 길을 찾자면?

먼저 우리의 지향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통일은 장기과제로 미뤄두고 현실적인 지향점은 북한을 ‘보다 덜 위험한 상태’로 유도하는 것으로 설정한 뒤 중국에게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문제에 관해 한중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음을 설득하는 것이다.

대북한 정책에 대해 한중 간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면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한 협의도 가능해질 것이다. 북한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식량지원과 최소한의 교역 등에는 우리도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고,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가지고 있는 대북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점진적으로 논의해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국이 한미일 3각체제로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력이 동북아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이 3각 체제를 강화할수록 북한에게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미·일 대(對)  북·중의 구도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주축인 만큼 한미동맹은 견고히 유지하되, 일본까지 연계된 군사안보 협력체계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되, 중국과는 경제와 북한 문제 등에 관해 이해관계가 부합하는 측면이 있으며, 대중전략에 있어서는 미국, 일본과 차이점을 갖는 독자적인 위상을 가져야 한다. 또 한미, 한중 간 유대관계를 활용해 북한문제 등에 관해 미중의 이해관계를 조정시킬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미관계를 중시하지만 미국에만 매몰되지 않는 외교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 변화 이끌 외부의 힘은 중국에

북한의 변화를 외부에서 추동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중국을 통한 것밖에 없다. 하지만 북중 간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일반적인 전제였다. 이 글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자는 문제 제기이다.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의 냉전 구조를 근본적으로 청산함으로써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평화체제 논의는 그 자체의 파급력으로 인해 비핵화라는 이슈를 주변으로 밀어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평화체제 논의에 섣불리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가 일정 단계에 들어가면 대규모 경제지원과 함께 평화체제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할 관련국 간의 협상틀을 마련해놓고, 북한의 비핵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부터 바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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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이든 경제지원과 평화협상을 제시해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방법이든 한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창의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한 일이 진전될 수 없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북중 관계가 미묘해지고 있는 지금, 박근혜 정부의 창의적인 혜안과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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