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 인사의 방북을 전격 수용해 주목된다.
이번 방북한 이지마 이사오(飯島勳·67) 특명 담당 내각관방 참여(參與·자문역)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당시 약 5년간 총리 비서관을 지내면서 2002년과 2004년에 평양에서 열린 1, 2차 북일 정상회담에 관여했다.
특히 그는 허종만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의장과도 인연이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내심 반가울 만한 인물이다.
정확한 방북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 인사의 북한 방문이라는 점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의 과거청산과 배상이 먼저 이뤄져야 납치문제 등 양국 현안이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번 방북에서 납치문제 등이 진전을 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으로서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참여하는 현재의 국제적 고립 상황을 탈출할 국면 전환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북한은 지난달 말 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종료되면서 그동안의 도발적 행보에서 벗어나 긴장 수위를 낮추고 있지만 국제적 압박 상황을 돌파할 카드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박근혜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됐지만 북한이 반길만한 내용은 전혀 없고 오히려 대북 압박을 위한 한미 공조만 강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이번 일본 정부 인사의 방북이 대북제재에 대한 한·미·일의 '굳건한 공조'에 균열을 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은 이지마 참여의 방북에 대해 미국과 한국에 통보하지 않은 채 독단으로 비밀리에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성공단 문제에서 북한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 조금도 물러설 기세가 보이지 않는 우리 정부를 자극할 수 있고 한일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인 셈이다.
또 북한은 과거청산 문제로 겉으로는 일본과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안간힘을 써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후견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작년 11월 방북한 마쓰나미 겐시로(松浪健四郞·66) 대학 이사장 등 일본 체대 대표단의 주요 인물들과 일본의 전 프로레슬러 출신 이노키 간지 이노키게놈연합주식회사 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북일관계 개선에 관심을 드러냈다.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장성택 부위원장 등 북한의 현 지도부는 경제발전을 위해 북일관계 개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개선과 경제지원을 노리는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모내기철을 맞아 농사에 집중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눈에 띌 정도로 도발 수위를 낮추면서 일본 정부 인사의 방북을 통해 정세를 관리하면서 경제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