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방부 "단팥빵 군납, 특정업체와 유착의혹 있다"

-군납 대행업자(밴더) 수사까지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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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육군 훈련병이 먹는 단팥빵 가격이 올들어 갑자기 2.6배 올랐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국방부 수뇌부가 군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군 검찰 특수과에서 즉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방부는 이와 별도로 자체 감사실을 시켜 단팥빵 업체 선정과 군납을 맡은 국군복지단과 이 빵에 대한 결제를 거부한 육군훈련소에 대해 감사를 벌였습니다.

드디어 오늘(16일) 오후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마설마…우려했던 일이 감사결과에서 확인됐습니다.

당초 육군훈련소는 변질 우려가 있다며(병사들이 잘 먹지도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고요) 단팥류 제품을 선정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도 국군복지단은 단팥빵 선정을 강행해서 복지단에 떠 넘겼습니다. 그것도 가격을 2.6배나 올리면서. 

또 복지단은 단팥빵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심사기준을 임의로 변경해서 특정업체가 낙찰받게 했습니다. 원가계산이나 물가조사를 일부러 하지 않은 점도 감사결과 확인됐습니다. 국방부는 특정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있다며 수사를 지시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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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현재 단팥빵에 대한 수사를 국방부 조사본부(옛 헌병단)이 전담하기로 정해졌습니다. 조사본부는 관련자료를 확보한 군 검찰에 수사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결과 조사본부는 지난 월요일부터 복지단을 상대로 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언제쯤 수사 결과가 나올지, 정말 업체와 군 당국자와의 유착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죠.

참고로 많은 군납의 경우에는 군과 제조업체 외에 특이한 존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밴더'라는 실체인데 쉽게 말해 계약을 따서 제조업체에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때론 로비도 하고 때론 영업사원 역할을 하고, 주로 제조업체의 '이사'급 명함을 갖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 '밴더'들은 계약서 상에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계약 주체는 군 부대와 제조업체입니다. 그런데 정작 군 부대와 제조업체 사장님은 일면식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중간에 밴더가 조정해 주기 때문이죠.

사실 군납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대신해 주기도 하지만, 부정적 역할을 더 많이 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역 장성들이 주로 이 역할을 많이 한다고는 하는데, 군 수사기관이 수많은 군납비리를 파헤치면서도 정작 솜방망이 처벌에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밴더'들을 해부하기에 벅차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도 건드릴 소지가 많지 않습니다.

"자기 목숨 걸고 수사하지 않으면 밴더는 건드리지 못해요. 거기서 나온 비자금이 어디까지 갈 것 같습니까?" …군 관계자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제게 건낸 말 한마디입니다. 이번 수사도 결국 '밴더'를 배제한다면 결국 용두사미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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