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매년 안전사고로 2천명 사망…전쟁터보다 위험한 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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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각종 안전사고로 2천명 넘게 숨지는 작업장이 있습니다. 7년 넘게 진행된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미군의 숫자가 4천5백여명, 한해 평균 약 6백5백명이 사망한 셈이니까 문제의 작업장은 전쟁터보다 세 배나 더 위험하네요. 어디일까요? 바로 중국의 광산입니다.

일단 올들어 발생한 광산 안전사고 가운데 굵직한 것만 정리해보죠. 지난 1월11일 헤이롱장성의 한 탄광 통근 버스 안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11명이 숨졌습니다. 지난 3월12일에는 구이저우성 한 탄광에서 가스 폭발 사고로 21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습니다. 지린성의 국영 탄광에서는 같은 작업장에서 사흘 걸러 두 번 가스가 폭발해 모두 53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탄광은 아니지만 시장 티벳 자치구의 한 금광에서는 산사태로 광부 숙소가 매몰되면서 무려 8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밀에도 탄광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10일 금요일 밤에 구이저우성 안순시의 한 탄광에서 가스폭발로 12명,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옆 쓰촨성에서 역시 가스폭발로 28명이 숨졌습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그나마 이런 수치는 많이 줄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한 해 평균 6천명의 광부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언론은 남아프리카의 '피의 다이아몬드'를 빗대 중국의 석탄을 '피의 석탄'이라고 부릅니다.

가만히 보면 알겠지만 중국 광산 사고의 태반은 가스폭발 때문에 일어납니다. 탄광에서 왜 가스가 폭발할까요? 석탄층에는 메테인이라는 가스가 포함돼있어 석탄을 캐는 과정에 이 가스가 공기중으로 배출됩니다. 메테인 가스는 공기중에 5~15%만 섞여도 조그만한 불씨에 폭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중국의 석탄층에는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메테인 가스가 많이 포함돼 있는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모든 나라에서 채탄 과정에 메테인 가스가 나옵니다. 때문에 탄광 작업장에는 반드시 이 가스를 밖으로 뽑아내기 위한 환풍 시설이 설치돼 있습니다. 중국의 탄광 역시 마찬가지고요. 중국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이 환풍시설이 너무 빈약하거나 있더라도 고장이 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어지는 의문, 중국정부는 이렇게 가스폭발 사고가 빈발하는데 왜 아무런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을까요? 그럴리가요. 중국 정부는 가스폭발 사고를 막기 위해 각종 조치를 내놨습니다. 탄광내 환풍 시설에 대해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탄광업주는 모든 작업장에서 하루 6번 이상 가스 농도를 측정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고가 계속 일어나자 지난해부터는 탄광의 안전책임자가 작업 시간에는 반드시 작업장 안에 함께 머물도록 했습니다. 스스로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도록 한 조치입니다. 사실 이런 규정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엄격하고 까다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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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무는 의문, 그렇게 강력히 규제하는데 왜 계속 같은 사고가 날까요? 중국 사람들은 흔히 '정책이 있으면 대책도 있다'라는 말을 합니다. 정부가 어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를 내놓으면 대상자는 각종 편법을 이용해 그 규제를 무력화시킨다는 뜻입니다. 탄광업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번 쓰촨 탄광 사고를 1차 조사한 결과는 이런 중국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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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중국안전감독총국의 양동량 국장이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밝힌 내용을 들어보시죠. "검사가 나오면 갱도를 폐쇄해 찾을 수 없게 했다가 검사가 끝나고 감독관이 가면 다시 갱도를 열고 작업을 진행시킨 것입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쓰촨 탄광의 작업장은 원래 작업 환경이 너무 열악해 폐광을 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탄광 업주는 폐광을 한 척만 하고 감독관의 눈을 피해 몰래 몰래 이 곳에서 석탄을 계속 캐온 것입니다. 숨겨 놓은 작업장이니 환풍 시설을 제대로 갖췄을 리가 있겠습니까? 중국석탄감독국 푸진앤화 국장이 이번에 조사 결과 발표 현장에서 개탄한 말을 옮겨보죠. "모든 탄광이 허가 받은 지역 외에서 불법적인 석탄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임시 비밀 갱도를 뚫는 수단을 쓰고 있어요. 이중 도면에, 이중 장부로 실제 상황을 은폐하면서 관리감독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규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난다고 한탄합니다.

그러면 따져봅시다. 중국 탄광의 이런 안전 규정 위반, 불법 작업, 엉터리 일지 정리 등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실상을 알고 있는 중국 감독 당국이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반드시 못찾아낼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눈 뜨고 당하는 이유는 뭘까요? 보고도 못본 척 하기 때문이죠.

지난 해 8월 쓰촨성 다른 탄광에서 역시 가스폭발 사고로 48명이나 숨졌습니다. 당시 중국 공안 당국이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에 나서 올초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알고보니 탄광업체와 감독 공무원 사이에 광범위한 결탁과 비리가 있었습니다. 공무원들이 규정 위반과 불법 작업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각종 이익을 챙겼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감독 공무원 33명이 무더기로 체포되거나 징계 회부됐습니다.

중국은 2017년쯤 미국의 경제력을 능가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은 노동자의 권익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공산당이 집권한 곳입니다. 이런 중국에서 한 해 2천명씩 죽을 만큼 위험한, 그래서 '세계 최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작업장을 갖고 있고, 여전히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진짜 '어이없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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