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이하 자가당착)'의 제한상영가 등급 취소가 결정됐다.
서울행정법원(문준필 부장판사)은 지난 10일 곡사필름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자가당착'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자가당착'은 2011년 6월과 2012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영화를 제작한 곡사필름 측은 영화창작에 대한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임을 주장하며 지난해 11월 1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영등위는 재판부에 폭력성에 근거를 둔 2차 제한상영가 판정을 기준 총 세장면을 문제 삼았다. 1)머리에 송곳이 꽂혀 죽은 경비원이 불태워 지는 장면 2)여자 경찰이 자신의 지퍼를 내리자 불이 붙은 남자의 성기가 사실적으로 표현 3)실제 인물이 부착된 마네킹 목이 칼에 잘리고 피가 솟구쳐 선혈이 낭자한 장면 등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영화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으로 헌법 21조에 의거하여 언론, 출판 자유의 보장을 받음은 물론, 헌법 22조에 따라 학문적 연구결과의 발표 수단으로 학문, 예술의 자유 보장을 받고 있음을 명시했다.
헌법 21조 제4항에 해당하는 일부 제한요건(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의 적용에도, 창작자들이 상영등급분류를 의식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영화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됨이 타당하다 밝혔다.
위의 내용을 근거해 재판부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주제 및 내용'에 있어 현실정치와 사회의 모순을 비판할 뿐이며, '폭력성'에 있어 마케팅과 종이칼 등을 활용함이 영화 '킬빌'과 비교했을 때 폭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선정성'에 있어서 대부분 영화에 나오는 것들이 인형의 신체이고 현실감각이 떨어져 호기심을 부추기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재판부는 이 영화가 다수의 영상 표현기법과 장르를 혼합한 실험적 작품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되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예술영화로 인증한 점 등을 들어 제도와 자본에 구속되지 않은 독립영화의 기본취지에도 공감을 표했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성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영화를 관람하게 하고, 이 사건 영화의 정치적, 미학적 입장에 대하여 자유로운 비판에 맡겨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자가당착'의 감독을 맡은 김선 감독은 "이 판결로 영상등급위원회는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등급을 내렸다는 게 증명됐다"며 "영상등급위원회의 정치적 판단을 중단하고,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제한상영가 등급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제도적 수정, 제한상영가 철폐만이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지름길이다"라며 영상등급위원회와 등급분류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가당착'은 경찰의 마스코트 포돌이를 내세운 풍자 영화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과 공권력을 비판했다.
제한상영가등급분류결정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자가당착'은 오는 6월 일본 이미지 포럼에서 우선적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