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윤의 사건 비하인드] 박시후는 왜 진실규명을 포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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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규명을 위해서 끝까지 싸우겠습니다.”(2013. 3. 13. 서부경찰서)

‘진실 규명’을 외치며 무죄를 주장했던 배우 박시후의 사건이 사실상 종료됐다. 아직 전 소속사 대표 등과의 명예훼손 맞고소 건이 남아있긴 하다. 지난 9일 적어도 사건 당사자들 간 문제는 끝이 났다. 박시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했던 A양이 고소 취소를 했고 박시후도 ‘무고혐의’ 고소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80여 일을 끌어온 이른 바 ‘박시후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모양새다. 박시후의 연예계 복귀시점이 화두가 되고 있고, 박시후 측은 “사실상 무고가 입증된 셈”이라고 만족하는 눈치다. 하지만 지루하게 이어진 ‘박시후 사건’을 당사자들 못지 않게 관심 있게 지켜봐온 이들의 의혹까지는 씻지 못했다.

이런 과정에서 A양은 박시후로부터 금전적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추측이다. 검찰에 따르면 A양은 조사 때 박시후에 대한 처벌 의사를 지속적으로 내보였지만 불과 며칠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박시후 측은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모종의 거래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A양의 행동보다 박시후가 A양에 대한 ‘무고혐의’ 고소 취소를 한 이유가 더 주목된다. 외적으로 이번 사건으로 더 큰 것을 잃은 쪽은 박시후다. 소위 ‘잘나가는 스타’였던 박시후가 성폭행 혐의 가해자란 오명을 썼고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루머가 확산되는 ‘고초’를 겪었다.

‘무죄’를 외치던 박시후는 법무법인을 세 차례나 바꾸고, 담당 경찰서 이관을 요청하고, 출두를 2번이나 연기하고, 경찰서 앞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며 무고를 입증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진실 규명’은 박시후에게 절차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시후는 돌연 ‘진실 규명’을 포기했다. A양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고소를 포기했다면 박시후는 ‘진실 규명’을 위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가혹하고 냉철하게 물었어야 했다. 그게 상식에 가까운 행동이었고 박시후가 주장한 ‘진실’을 믿어줬던 이들의 바람이었다.

일각에선 “박시후가 향후 연예계 활동을 위해 원만한 합의를 하는 편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박시후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박시후의 고소 취소는 이해되지 않는다.

2000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진행자로 명성을 떨치던 주병진은 강 모 씨 성폭행 혐의를 받으면서 ‘국민 MC’에서 ‘파렴치한’으로 몰렸다. 주병진과 박시후 사건의 한 가지 명확히 다른 점은 주병진은 법적으로 자신의 무죄를 끝까지 입증해냈고 박시후는 사실상 포기했다는 점이다.

당시 주병진은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주병진은 강 모 씨에게 1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고 사건에 대한 확실한 판결도 나기 전에 자신을 성폭행범으로 몰고가는 식의 보도를 한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주병진은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무고를 입증했다.

안타깝게도 주병진은 무고가 입증된 이후 방송활동에 어려움을 겪긴 했다. 현실적으로 박시후가 주병진이 먼저 겪었던 법정 공방의 수고로움과 고초를 피하기 위해서 '고소 취소'라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최소한 주병진은 자신의 명성을 더럽혔던 성폭행범이란 오명을 벗어냈지 않은가. 박시후와 A양이 벌여온 진실 게임은 승자도 없이 숱한 의심만 남긴 채 중도에 끝났다. ‘무고 입증’의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찬 박시후가 이 게임의 패자로 기억된 건 분명하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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