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족'으로 본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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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를 여러번 드나든 첫째 아들 '한모'(윤제문 분), 실패한 영화감독인 둘째 아들 '인모'(박해일 분), 두 번이나 이혼한 철없는 막내 딸 '미연'(공효진 분)까지 이 집안엔 평범한 삶을 사는 이가 없다.

게다가 세 남매의 엄마인 김남심(윤여정 분)여사는 자식들이 사고를 치거나 말거나, 갈등을 빚거나 말거나 큰 소리 한번 안내고 밥상을 차리는 데만 집중한다. 어제도 삼겹살, 오늘도 삼겹살, 내일도 삼겹살. 고기로 배를 채우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그녀에겐 최고의 행복이다.

우리 시대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영화 '파이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 멜로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온 송해성 감독이 '고령화가족'을 통해 이 진지한 화두를 던진다.

'고령화가족'은 꿈과 사랑을 잃고, 당장 오늘 하루 생계마저 걱정해야 하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한 인모가 "닭죽 먹으러 올래?"라는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시작된다.

인모는 다시는 들어갈 리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진절머리 나는 집구석에 제 발로 들어간다. 웬수 같은 형 한모는 드러누워 연신 방귀만 뀌고, 밥에만 집착하는 엄마는 묵묵히 된장찌개를 끓여대고 있다. 여기에 두 번째 이혼 후 돌아온 동생 미연과 조카 민경까지 모인 탓에 좁은 집은 흡사 닭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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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섯 명의 불편하고 불안한 동거기는 가족 해체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들에게서 핏줄이라는 생물학적 연관 외에 정서적 유대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가족의 하루는 늘 욕으로 시작해 싸움박질로 번지고, 서로를 향한 증오의 눈물을 쏟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고령화가족'은 독특한 캐릭터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상충하는 과정을 쉴 틈없는 유머로 풀어놓는다. 중반을 넘어서면 이들에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연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영화가 제시하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21세기 '가족의 탄생'이라는 것은 혈연으로만 시작되지 않음을 말이다.

또 서로에 대한 사랑과 정이 겉으로 표출되지는 않지만, 궁지에 몰렸을 때 구원의 손길을 뻗는 것은 결국엔 가족밖에 없음을 영화는 넌지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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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고령화가족'은 원작의 흥미로운 캐릭터와 재미있는 설정 등을 충실히 살렸다.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이 문제적 가족을 포용하는 방식이다. 중반까지는 소설을 따라가지만, 후반에 이르러서는 보다 많은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전개와 결말을 내놓는다.

누가봐도 비호감으로 느낄 별난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게 살아난 건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다. 윤여정, 윤제문, 박해일, 공효진, 진지희는 자신들의 개성과 폭넓은 연기력을 발휘해 얄밉지만, 정겨운 인물을 만들어냈다.

센 캐릭터들의 충돌이 곧 이야기의 재미와 연결되는 탓에 가족 간에도 욕이 난무하고, 발길질이 끊이지 않지만, 크게 자극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또 가족의 비밀이 공개되는 클라이맥스도 신파적이지 않고, 유쾌하게 표현해했다.

'고령화가족'에는 요즘 유행하는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쉴새 없이 등장한다. 이것은 사연 많은 엄마가 말썽쟁이 자식들을 품는 하나의 방식이고, 영화가 선택한 모성애의 가장 구체적인 표현이다.

특히 감독은 영화 초반 된장찌개에 다섯 개의 숟가락이 동시에 꽂히는 장면을 통해 가족의 개념을 상징적보여주고, 말하는 듯 하다. "가족이 별겁니까. 이렇게 같이 먹고, 같이 자며, 같이 싸는 거지요"라고. 15세 관람가. 112분. 9일 개봉.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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