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상 과거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과거사 피해자'에 대해 국가가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법 민사17부는 정 모 씨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억 2천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과거사위원회의 결정문으로 볼 때 고인과 희생자의 이름이 같고 고인이 여순사건 직후 연행돼 돌아오지 못한 사실 등으로 볼 때 고인과 희생자를 동일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재소자의 죄명과 주소 등이 적힌 자료를 영구적으로 보존해야 할 국가가 고인과 희생자가 동일인이 아님을 객관적으로 반증하지 못한다면 이 사건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여수 시내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던 정 씨는 지난 1948년 국군 제14연대가 전남 여수와 순천 지역에서 일으킨 이른바 '여순반란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형을 받고 수감된 뒤 6.25 전쟁 초기 군 헌병대에 넘겨져 살해됐습니다.
이후 정 씨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 법원은 과거사위원회가 밝혀낸 '대구형무소 희생사건'의 희생자와 고인이 같은 사람이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