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용인 경전철, ‘재앙’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②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우여곡절 끝에 개통한 용인 경전철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용인 경전철은 2010년 6월 완공됩니다. 하지만, 용인시는 막대한 돈을 물어줘야 하는 기존 사업자인 ‘봄바디어’와는 결별했습니다. 대신 3천억 원을 조달받는 조건으로 ‘칸서스자산운용’을 신규투자자로 영입했습니다. 이를 두고 용인시는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1조 5천억 원을 절약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칸서스자산운용으로부터 조달한 3천억 원의 이자율은 4% 후반대로 알려져 있어 국제중재 2차 판정문의 이자율 4.31%보다 높다.’라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비판에 불구하고, 용인시는 지난 19일 용인경전철(주)과 경전철 운행 협약을 다시 체결했습니다. 용인시는 이날 비공개로 시의원들에게 합의내용을 설명했고, 용인경전철(주)도 주주총회를 열어 협상안을 추인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차량과 각종 시설, 시스템 등을 점검하기 위한 시험 운전해온 용인경전철은 지난 26일 오후 3시 개통식을 시작으로 본격 상업운행을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이 들어가야 하는가?

용인시는 경전철 운영비로 사업자 측에 앞으로 30년 동안 매년 295억 원을 지급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승객들이 낼 운임(약 백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매년 200억 원만 지급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경전철 건설에 따른 지방채 발행액, 새로운 투자자인 칸서스자산운용의 투자금, 경전철 운영비 지원비 등을 다 합하면, 용인시가 지출해야 할 금액은 30년 동안 1조 9천4백여억 원에 이릅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용인시는 언론에 운영비 지원비만 빼내서 매년 295억이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전에 들어간 경전철 공사비, 신규사업자에게 빌린 돈 등을 모두 고려하면 앞으로 30년 동안 매년 약 최소 6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써야하는 게 맞습니다.

용인 경전철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일부 시민단체들은 용인시와 전·현직 시장을 상대로 경기도에 주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경기도 감사가 끝나면 법원에 정식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계획입니다. 한마디로 경전철과 관련된 전·현직시장이 행정을 제대로 못 해서, 시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으니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용인 경전철이 극복해야 할 숙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얼마나 많은 시민이 경전철을 탈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용인시는 무료 시승 등을 내걸며 최소 하루 3만 명이 이상의 승객이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은 조금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경전철이 다니는 구간마다 이미 버스가 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요금도 1,300원으로 비싸기 때문 실제로는 승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15개의 역사 가운데 환승역인 ‘구갈역’을 제외한 모든 역사가 스크린도어 같은 안전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라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판이 계속되자, 경기도가 경전철 지원책을 발표하고 나섰습니다. 내년 1월부터 의정부·용인 2개 경전철에 통합 환승할인제를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실효를 거두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전철 역사와 환승할인을 위한 버스정류장 간 거리가 멀어 승객이 환승제도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정부 경전철은 경전철 역사와 버스정류소 간 거리가 350미터나 떨어진 효자역을 비롯해 송산역, 발곡역 등 200미터 이상 떨어져 정류소가 4곳이나 됩니다. 용인 경전철도 구갈역 300미터, 시청·용인대역 250미터, 고진역 240미터 등으로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역사와 버스정류장이 100미터 이상 떨어진 곳도 19곳, 전체 역사의 42%에 이릅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역에서 100미터 이상 떨어진 정류소를 100미터 이내로 좁힌다고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경기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용인시 대규모 사업 잇달아 '접어’

하지만, 더 안타까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용인 경전철 사업으로 인해 애초 계획했던 다른 시민복지 사업이 위축됐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30년간 2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용인시는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은 무조건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용인시는 지난달 완공 예정이던 시민체육공원 1단계 사업을 2015년12월 말로 연기했습니다. 그나마 사업계획에 포함됐던 1,811석 규모의 보조경기장과 볼링장(32레인), 주차장(2만 제곱미터) 등 부대시설 공사는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앞서 오는 6월쯤 본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던 '보정종합복지센터'의 공사도 무기한 중단됐습니다. 이곳에는 주민자치센터뿐 아니라 노인복지관, 청소년문화의집, 시립어린이집, 수영장ㆍ다목적 체육관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습니다.

용인시는 얼마 전까지도 아주 잘사는 도시였습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용인시민의 삶의 질은 해마다 큰 폭으로 추락하고 있다. 올해 용인시의 재정 자립도는 63.8%로, 지난해 69.4%에서 무려 8.5%p나 떨어졌습니다. 재정 자립도 하락은 시민 복지 서비스의 악화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재정 상황이 악화하다간, 머지않아 ‘가난하고 배고픈 도시’의 상징이 될 수도 잇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지금이라도 ‘반대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전 이번 취재과정에서 미국의 전기기기 기업인 ‘제네럴일렉트릭(GE)’의 인재채용에 관한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GE의 전 회장이었던 레지널드 존스(Reginald Jones)는 예의 없고 거칠며 반문하기 좋아하는 잭 웰치(Jack Welchi)를 후계자로 지목했습니다. 자신과 반대되는 성격이었지만, 잭 웰치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그의 업무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레지널드의 예감은 적중했고, 잭 월치는 CEO로 취임한 후 기업의 시장 가치를 120억 달러에서 4천500억 달러로 상승시켜 시가 총액 세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영국의 총리를 역임한 윈스턴 처칠(Winston Chuchill) 또한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을 곁에 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즉흥적이고, 감성적이었던 처칠은 신중하고 논리적인 앨런 브룩(Allen Brook)이 자신과 사사건건 부딪힐 것을 알면서도 육군참모총장으로 기용했습니다. 실제로 이후 이 둘은 서로 상처를 주고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결국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 일화들은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 따라서 더 많은 반대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인 경전철의 추진과정을 보면, 앞서 말씀드린 일화와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업을 담당한 실무진의 반대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됐고,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의 건전한 비판 또한 소수 의견으로 치부됐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담당했던 관료들은 자신의 좁은 생각에 갇혀 시민의 혈세를 마치 자신의 돈인 것처럼 마음대로 사용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동안의 잘못한 점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행정가들은 혈세를 허투루 쓴 점에 대해 시민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비판적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에게 더 많이 자문해야 합니다.

물리학자 아이슈타인의 지적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같은 방법을 되풀이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이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