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용인 경전철, ‘재앙’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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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조금 무섭고, 섬뜩합니다. 그동안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용인 경전철’을 두고, 아직 재앙이 시작되지 않았다니? 제목을 정하는 제 마음도 안타깝고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취재하면 할수록 이보다 적합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전철 사업과 관련된 계약서 등을 확인하면 할수록 이런 마음은 더 커졌습니다.

용인 경전철 사업이 논의된 지도 10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변하는 긴 시간동안 경전철을 둘러싸고 참 많은 얘기가 오갔습니다. 그래서 이젠 “또, 무슨 문제가 있나보다.”하며 무감하게 넘어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용인 경전철 문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보다 많은 비판과 성찰,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용인 경전철이 거쳐 왔던 시간, 또 앞으로 겪게 될 미래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입니다.

1조 원 넘게 들어간 ‘애물단지’ 용인 경전철

지난 4월 26일, 용인 경전철이 드디어 정식 개통했습니다. 이 경전철 사업은 지난 1995년 8월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가 검토를 지시하면서 처음 시작됐으니, 처음 사업을 논의한 지 거의 20년 만입니다. 경전철이 완공된 지난 2010년 6월을 기준으로 하면, 완공 후 3년 만의 개통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 경전철 사업에는 1조 32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어렵게 개통했지만, 안타깝게도 용인 경전철은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왜일까요?

삼류 코미디처럼 시작된 용인 경전철 사업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용인 경전철은 애초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었기 때문입니다. 용인 경전철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지난 1999년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예강환 전 용인시장은 그해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 용인 경전철 추진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시장 당선 후인 2001년 9월에는 민간투자를 끌어드리기 위한 계획을 마쳤습니다. 그해 말에는 도시철도 기본계획(전 건설교통부)과 민간투자시설 사업 기본계획안(전 기획예산처)의 승인도 받았습니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이 ‘용인 경전철 사업’은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습니다. 후보로 나선 예강환 전 시장은 경전철을 사업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경쟁자인 이정문 후보도 예 후보의 공약과 거의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시장은, 1대 민선 시장이었던 윤병희 전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전철에 대한 자문을 구합니다. “용인 경전철, 이거 추진해도 됩니까?” 이에 윤 전 시장은 “아, 그거 좋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한마디가 경전철 사업을 추진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입니다. 훗날 검찰조사에서 이 전 시장은 당시 상황을 가리켜 ‘여론 수렴’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예산이 얼마인지 경제성이 있는지 정확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어느 행정학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용인 경전철 사업이 한 편의 삼류 코미디처럼 시작됐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는 계속 엇갈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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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시장, 제대로 된 수요 조사도 없이 공약을 밀어붙여

이 전 시장은 시장에 당선된 후, 본격적으로 용인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2002년 9월, ‘봄바디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교통개발연구원(현 한국교통연구원)에 승객이 얼마나 탈지, 교통수요 예측을 의뢰했습니다. 이에 교통개발연구원은 ‘하루 16만 명이 경전철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 수치는 사업자인 ‘봄바이어 컨소시엄'이 제시한 것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입니다. 2006년 기준으로는 2배, 2010년 기준으로 세 배나 부풀려진 수치인 것이었습니다.

보통 민자 사업의 경우, 사업자는 교통 수요(예상 운임 수임)를 최대한 늘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야 협상에서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당연히 교통개발연구원의 교통 수요는 사업자 측보다 낮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 드리면, 프로야구 선수가 연봉협상을 하는데, 선수가 요구하는 연봉보다 구단 측에서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교통개발연구원의 연구과정은 주먹구구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연구과정을 수사해 보니, 교통연구원은 수요 예측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구 통행 조사’는 시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해외 경전철과의 수요 비교도 멋대로 생략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애초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하는 게 무리였던 것입니다.

연구용역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수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사업자인 ‘봄바디어 컨소시엄’은 연구원들에게 ‘붐바디어’ 본사 방문과 시설 견학을 주선했습니다. 수요 예측 담당 연구원은 ‘봄바디어’의 용역업체에 중요 자료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매년 명절 때마다 연구원들에게는 선물이 배달됐습니다. 연구원은 더 나아가 용인시에 봄바디어가 생산한 경전철까지 용인시에 추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의 협상력은 완벽하게 무력화됐습니다. 사업자 측이 제출한 교통 수요를 줄일 명분도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용인시는 ‘봄바디어 컨소시엄’에 철저하게 끌려갔습니다. 용인시는 2004년 7월, ‘봄바디어 컨소시엄’을 사업시행자로 하는 실시 협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사업자 측은 용인시에 30년간의 최소 운영수입보장(MRG) 약정을 요구했습니다. 협상력을 상실했던 용인시는 이를 수용했습니다. 실제 운임 손질이 예상치의 90% 미만이면 그 차액을 시가 메워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당시 교통개발연구원이 잡은 경전철의 하루 이용 승객은 16만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용인시가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을 통해 다시 분석해 보니, 예상 승객은 최대 3만 명으로 나왔습니다. 무려 13만 명 차이가 납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용인시는 경전철 개통 후 30년 동안 용인 경전철(주)에 약 2조 5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용인시가 지난 2010년 경전철 공사를 완공하고도 개통하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결국, 용인시는 부실시공을 이유로 봄바디어사 주도의 용인 경전철에 대한 준공 승인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사업자인 용인경전철(주)은 다시 용인시가 계약을 어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용인경전철(주)는 8,460억 원을 지급하라며 국제중재재판을 신청했습니다. 2년 반이 넘는 재판에서 용인시는 사실상 패소했고, 어쩔 수 없이 사업자 측에 7,786억 원(이자포함 8,500여억 원)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사업 진행 과정도 문제투성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 사업진행 과정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애초 시작부터 문제였던 사업은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와 비리를 노출했습니다. 이정문 전 시장은 용인시 실무진이 13차례 이상 문제점을 보고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사업을 강행했습니다. 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용인시의회의 의결을 받아야 했는데도 이 또한 무시했습니다.

이 전 시장은 용인시의회와 언론 등의 감사 비판 기능도 무력화하기 위해, ‘봄바디어’에 관련 경비를 요청했습니다. 이 전 시장은 이 돈으로 모두 3차례 걸쳐 용인시의원 18명과 시민 등 총 37명에게 미국과 캐나다 여행을 주선했습니다. 용인시의회 의원 21명 중 18명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이들의 방문의 공식적은 목적은 경전철 견학이었지만, 실제로는 골프와 도심 관광 등을 위주로 한 해외여행에 가까웠습니다. 이들에게 최고급 호텔 등을 제공했으며, 용인경전철(주) 김학필 대표가 현지에서 직접 안내까지 맡았습니다. 용인시회가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정문 전 시장은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전 시장은 이권에도 개입해, 용인 경전철 시공사를 압박해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전력업체에 하도급을 주도록 했습니다. 두 곳의 업체는 총 38억 7천만 원의 전기 공사 하도급을 이 전 시장의 동생에게 주었습니다.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에도 하도급을 주도록 요구해, 19억 원의 차량 기지 공사 하도급을 받도록 했습니다. 이 대가로 미화 1만 달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 전 시장을 ‘부정 처사 후 제삼자 뇌물 수수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문제와 비리가 터져 나오자, 결국 검찰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수원지방검찰청은 2011년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차맹기 당시 특수부장의 지휘 아래 검사 5명, 수사관 14명, 공인회계사 2명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된 초대형 수사팀이 꾸려졌습니다. 수사팀은 6개월 동안 658명을 소환하고, 42개소를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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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업 시행자의 횡령 혐의 발견

검찰은 용인경전철(주) 대표이사인 김학필 씨가 용역대금을 과다 계산한 후 차액을 돌려받는 등 방법으로 사업비 4억 원을 횡령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김씨는 또, ‘봄바디어’의 국내 자회사인 BTK의 자금 2억 원과 ‘봄바디어’가 인천도시철도 2호선 민자 사업권을 취득하기 위해 만든 컨소시엄의 자금 2억 원도 횡령했습니다.

검찰은 캐나다 국적의 김씨가 사실상 ‘봄바디어’의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는 ‘봄바디어’가 용인 경전철 사업권을 획득하자, 미화 4백7만 달러(약 45억 원)를 받았습니다. 김씨는 또 성공 보수금을 스위스은행 계좌에 숨겼다가, 아내(캐나다 국적)의 차명 계좌를 통해 국내로 들여와 부동산 구매 등에 사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공 보수금에 대한 소득세 12억 5천7백만 원을 포탈한 것도 확인됐습니다.

봄바디어는 이와는 별도로 김씨에게, 해마다 4억~5억 원씩 총 19억 원을 활동비와 접대비로 지급했습니다. 당연히 이 돈은 용인 경전철 사업비에 전가될 것이고, 결국 용인시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검찰이 확인한 용인 경전철 사업은 한마디로 ‘비리의 복마전’이었던 것입니다.

용인경전철 추진했던 이정문 전 시장 등 구속

결국, 지난달 15일 수원지방법원은 경전철 사업과 관련해 하도급 업체에게서 1만 달러 등을 받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등)로 기소된 이정문 전 용인시장에게 징역 1년, 추징금 1만 달러를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4월 검찰에 구속된 뒤 보석으로 풀려났던 이 전 시장은 실형 선고와 함께 다시 법정 구속됐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시장으로서 하도급 계약 선정 등의 적정성을 감독해야 하는데도, 용인경전철(주)에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하도급으로 선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대가로 1만 달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또, 이 전 시장이 받은 뇌물 액수가 적지 않고, 하도급업체로 선정된 지인의 업체가 얻은 이익이 많으며, 무리한 사업 강행과 부정한 행위로 용인시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도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실형 선고한다.”

재판부는 용인 경전철 사업권을 따낸 대가로 용인 경전철로(주)부터 45억 원의 성과급을 받은 뒤, 9억여 원의 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용인경전철(주) 대표 김학필 씨에 대해서도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부실한 교통수요예측과 분당선 연장구간 개통 지연으로 인한 손실 등 직무상 부정행위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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