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고였다. 이경규의 ‘런닝맨’ 활용법은 탁월했다. 예능계의 대부, 영화 제작자의 역할을 동시에 해냈으니 말이다.
이경규가 28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 얼굴을 내비쳤다. SBS 일요 예능프로그램에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상황에서, 주인도 아닌 게스트로, 그것도 하필이면 그가 제작한 영화 ‘전국노래자랑’의 개봉을 앞두고 ‘런닝맨 노래자랑’ 편으로… 이 모든 것이 우연치 않음에 과연 이경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TV 앞에서 실눈을 뜨고 지켜 본 이들이 많았으리라.
이에 대해 이경규 스스로도 알고 있었을 터다. 그래서 오프닝부터 영화 홍보를 유머로 풀어내는 영리한(?) 모습을 보였다. “정말 순수한 목적으로 ‘런닝맨’을 위해 나왔다”, “ ‘런닝맨’을 너무 좋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유난히 출연 이유를 강조하는 멘트, ‘전국노래자랑’의 배우 김인권 류현경을 소개하며 수줍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행동들은 웃음을 주기 충분했다.
유재석이 영화 이야기를 이어가자 이경규는 “영화 이야기 하지 말자. 나 혼자는 괜찮은데 배우들이랑 같이 나오니까 ‘마치’ 홍보하러 나온 것 같아서…”라고 직접 언급하면서도 게임에 앞서 팀을 나누려 하니 “영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냐”라고 한 술을 더 떠 또 한 번 폭소케 했다.
이경규가 오프닝에서 영화 제작사로서 역할을 했다면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면서는 예능계의 대부로 두각을 펼쳤다. 찜질방 3종 게임에서는 “(김종국에게) 녹화 길게 하는 원흉이다. 말 진짜 많다. 가요 활동을 중심으로 해. 행실이 못 됐구나”, “(유재석에게) 방송 몇 년 했어?”, “(날달걀 복불복에 걸린 이광수에게) 네가 다 해버리면 어떡해”, “형님이라고 부르지마” 등 특유의 발끈한 모습으로 독설을 날려 ‘런닝맨’ 멤버들을 휘어잡았다.
멘트뿐만 아니라 몸을 던지는 리액션까지 일품이었다. ‘런닝맨’ 멤버들을 향해 발로 차고, 손을 올리고, 멱살을 잡는 모습은 이경규가 예능계의 대부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때수건 허리 싸움에서 발레의 한 동작처럼 넘어지고, 동전을 굴려 포크에 꽂자 개다리 춤을 추고, 피구 게임에서 빨간 비니를 써서 성냥개비가 되고, 다리가 풀려 주저앉기 까지 몸개그로 웃음의 포인트를 확실히 잡아냈다.
여기에 보태여 ‘사랑과 배려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모습까지 선보였다. ‘런닝맨’ 멤버들의 의견을 묻고, 한 명 한 명 예능감을 인정하며 챙겨줘 의외의 면모로 보너스까지 챙겨줬다.
이날 방송에서 웃음은 예능신이 내린 이광수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경규로부터 출발했다. 양복에 런닝화를 신고 등장했을 때부터 쉼 없이 “나 고정 노리고 있어”, “고정을 노리고 왔다”, “고정이다. 고정”이라며 ‘런닝맨’ 멤버들을 위협하며 예능 욕심을 드러내는 모습까지… 이경규의 비장한 각오는 ‘런닝맨’ 멤버들을 쥐락펴락하며 접수할 수 있었다. 출발은 영화 제작사였지만 끝은 예능계의 대부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이경규 씨, ‘런닝맨’ 고정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조효진 PD와 협의를 해보심이… 송중기 씨 자리가 아직 채워지지 않았거든요”
(손재은의 TV공감은 여러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습들을 집중 조명하고 이해를 해보고자 하는 코너입니다)
손재은 기자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손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