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젠틀맨' 뮤비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

KBS '공공시설물 훼손'으로 방송 불가 판정
"여성 비하" vs "몰상식한 졸부 풍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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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36)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지난 18일 KBS로부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KBS가 영상 속 주차금지 시설물을 발로 차는 장면에 대해 "공공시설물 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같은 날,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1억건을 달성한 점과 '시건방 춤'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했다는 사례를 지목하며 "모범적인 사례"라고 언급해 대조를 이뤘다.

이에 대해 KBS가 문제로 삼은 부분에 동의하는 한편, 뮤직비디오가 마초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봤다는 비판과 그런 논란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반발이 공존한다.

◇'젠틀맨' 뮤비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 = KBS는 18일 오후 공식 입장을 통해 "뮤직비디오의 도입 부분에서 주차 금지 시설물을 발로 차는 장면이 공공시설물 훼손에 해당해 방송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뮤직비디오 심의 시 철길 걷기, 차로 걷기, 공중 시설물 훼손, 안전벨트 미착용 등 기본적 공공질서 위배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KBS는 앞으로 제작사 측에서 문제 장면을 수정해 제출하면 재심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내용을 수정하면서까지 재심의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수정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SBS는 일부 편집을 거쳐 '12세 시청가' 등급으로 방송하기로 했고, MBC는 아직 심의용 편집본을 받지 못해 심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19일 오후 5시 현재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 1억5천760만 건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영상의 주제가 '여자를 꼬시려고 신사처럼 행동하는 이들을 조롱'하는 것인지, '그냥 인생을 즐기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유튜브 상의 한 외국 네티즌의 댓글은 이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싸이가 여성의 비키니 끈을 풀어버리는 장면이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이 야릇한 표정으로 어묵을 먹는 장면 등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성민우회 미디어 운동본부 이윤소 활동가는 "비키니 끈을 벗기는 것은 성희롱으로도 볼 수 있고, 어묵을 먹는 장면은 성적인 뉘앙스를 풍긴다"며 "유머 코드로 보기에는 '센' 표현들이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싸이의 장난을 유머로 인식하더라도 계속 여성만 당하지 않느냐"며 "표현의 자유는 응당 존중받아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졸부의 마초적 본성 풍자한 것에 불과" = 그러나 이 같은 비판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뮤직비디오 속 싸이의 행동은 세태에 대한 풍자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의 주제 의식은 졸부의 마초적인 본성을 풍자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질서를 지키자는 것이다. 풍자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대중문화는 기본적으로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며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주는 게 대중문화의 롤(역할)이다. 이러한 논란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이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도 '창조경제'가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외신들도 '젠틀맨' 뮤직비디오 논란을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빌보드닷컴은 18일(현지시간) '싸이의 '젠틀맨' : (한국) TV에는 너무 과했나(Too Ho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싸이의 최신 영상('젠틀맨')이 고국인 한국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며 KBS의 방송 부적합 판정 소식을 자세히 소개했다.

AFP도 같은 날 "'강남스타일 스타' 싸이가 한국의 대통령에게 칭송받은(praised) 날, 공영방송으로부터 비난받았다(slammed)"고 전했다.

KBS는 자사에 가해지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방송 부적합 판정은 다른 채널에는 구속력이 없어 '한류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는 등의 반응은 과장됐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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