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창경원 밤 벚꽃놀이를 아시나요?

벚꽃축제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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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나 지금이나 꽃 축제는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특히 봄 꽃 축제는 더한데요. 지루하던 겨울을 견디고 피워낸 아름다운 봄꽃의 자태는 마음을 저절로 따뜻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봄꽃 가운데서도 벚꽃은 보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마력이 있는데요. 봄만 되면 전국에서 벚꽃축제가 이어지고 길게 늘어선 벚꽃 길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나선 상춘객들의 모습은 이젠 봄을 대표하는 풍경이 돼 버렸습니다. 

3월 초만 해도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벚꽃을 빨리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3월 중순이후 이어진 쌀쌀한 날씨 때문에 올해도 벚꽃 구경이 늦어버렸습니다. 기상청은 월요일(15일) 공식적으로 벚꽃이 피었다고 발표했으니 말입니다.

이미 여의도의 벚꽃축제는 시작됐는데요. 아직 개화 초기라 탐스런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만 화요일(16일)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는 등 기온이 점차 평년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예보인 만큼 이번 주말쯤이면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길이 절정을 맞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의도 벚꽃축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로 올해로 9회째를 맞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탐스런 벚꽃의 물결이 출렁였지만 문화축제로 이어진 것은 2005년이 처음이죠.

그러면 예전에도 벚꽃축제가 있었을까요?

제가 조금 올드한 세대이기는 하지만 제가 대학 다닐 때만해도 벚꽃하면 창경원이었습니다. 특히 밤 벚꽃축제가 유명했는데요. 싱글들은 이 때다 싶어 미팅을 주선하고 어두운 조명을 이용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멋진 모습으로 변신을 꾀하곤 했습니다.

그 당시 창경원은 서울의 유일한 동물원이기도 해 밤 벚꽃축제 때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는데요. 아련한 추억에 젖고 보니 새삼 지난 세월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창경원 밤 벚꽃놀이는 시대의 아픔을 갖고 있어 바람직한 축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민족으로 보면 슬픈 축제였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닙니다. 민족의 정통성을 무시하기 위해 왕이 집무하던 공간을 동물원으로 개조했으니 말입니다.

일제는 1907년 창경원에 벚꽃을 심고 1911년 궁을 원으로 격하했는데요, 이후 1924년 4월 20일 창경원 밤 벚꽃놀이가 처음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오색 전등으로 치장하고 음악회는 물론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하거나 라디오 공개무대를 여는 등 각종 행사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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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놀이공간이 없었던 때라 전국에서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고 미아가 발생하고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리고 이런 것들이 기사화 되어 신문 사회면을 큼지막하게 장식하곤 했습니다.

창경원 벚꽃놀이가 없어진 것은 60년이 지난 1984년입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창경궁 복원 공사가 시작되면서 동물은 물론 벚나무도 과천의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겨졌는데요. 이 때 상당수의 벚나무가 여의도로 이사를 해 지금의 여의도 벚꽃 길을 만드는 데 일조를 했습니다.

올해 벚꽃이 늦게 피면서 봄이 왜 이렇게 춥냐고 볼 멘 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1990년대이후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봄 꽃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져서 그렇지 사실 4월 날씨는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습니다.

1922년부터 벚꽃 개화가 공식으로 관측됐는데 20년대에서 40년대에 이른 시기에는 벚꽃이 4월 20일을 전후해 꽃망을을 터뜨린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봄이 더 쌀쌀했다고 할 수 있죠.

60년대 들면서 벚꽃의 개화시기가 4월 15일쯤으로 앞당겨졌는데 70년대에 들면서 다시 5일 정도가 앞당겨지더니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4월 초로 벚꽃의 개회시기가 일주일 가량 빨라졌습니다.

한 20년 가까이 벚꽃이 일찍 피었으니 지금의 봄 날씨가 낮 설수 밖에요.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벚꽃의 개화시기가 늦어지고 있어 기상학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온난화의 역설로 겨울이 추워지면서 봄의 기온도 함께 낮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기온변화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데요. 온난화의 결과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모여주고 있어 대응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과연 내년에는 벚꽃이 언제 필까요? 너무 이른 질문이라고 면박을 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무척 궁금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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