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효소 식품’엔 효소가 없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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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영상 : ‘현장21’ (97회) - ‘효소’열풍,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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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시작한 건 신문을 보면서였습니다. ‘효소’ 광고가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더군요. 간혹 채널을 돌리다 홈쇼핑을 봐도 ‘효소’ 제품 광고가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효소’가 좋다는 언론의 보도도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가히 ‘효소 열풍’이라 불릴 만한 듯 했습니다. 2013년 건강 트렌드는 단연 ‘효소’인 것 같았습니다. 광고를 보면,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해준다”, “지방을 태워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 “나이가 들수록 몸에 효소가 빠져나가니 먹어서 보충해야 한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인터넷에는 “효소는 만병통치약”이라는 글들도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쯤 되자, 의심병이 본성인 기자로서의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효소’, 이거, 정말 좋은 거 맞아?”, “덮어놓고 누구나 먹어도 상관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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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에 대해 취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백과사전을 검색해 ‘효소’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효소 : 각종 화학반응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으나 반응속도를 빠르게 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즉, 단백질로 만들어진 촉매라고 할 수 있다”(출처:두산백과사전)라고 나와있더군요. 쉽게 말해 학창시절 생물시간에 배웠던 아밀라아제, 리파아제 같은 것들이 효소라는 것입니다. 우리 몸에서는 수천가지에 이르는 효소들이 만들어져서 각종 생체 작용을 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 효소들이 없으면? 우리 몸은 화학반응을 할 수 없어서 곧바로 병에 걸린다고 하네요. 그럼 이 ‘효소’ 식품들을 먹어서 이 효소를 보충해주면 좋은 것 아닌가? 그래서 ‘효소’ 식품들의 효능을 다룬 자료들을 수소문해봤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효소’ 식품들을 연구한 자료는 거의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학계에서는 효소 자체와 관련한 연구는 엄청나게 많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효소’ 식품에 관해서는 임상실험 결과조차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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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효소’ 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효소전문가, 효도전도사로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면 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효소’ 식품은 크게 액체 형태 식품과 분말 형태 식품으로 나뉘는데, 먼저 액체 형태 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직접 산야초(山野草-산과 들에 나는 풀)를 캐며 ‘효소’ 식품을 담그는 분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통상 ‘효소’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산야초에 설탕을 넣어서 발효시킨 액체를 통틀어 ‘효소’라고 부르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 분들이 정의하는 ‘효소’가 각각 달랐습니다. 어떤 분은 “설탕이 들어가서 산야초에 있는 약성분을 뽑아낸 것”이라고 했고, 어떤 분은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만들어 낸 것이 ‘효소’”라고 했습니다. 만드는 방법도 달랐는데요, 어떤 분은 원재료가 100이라면 설탕은 50만 넣어야 한다고 했고, 어떤 분은 원재료와 설탕을 1대 1의 비율로 넣어야 한다,  또 다른 분은 원재료보다 설탕을 더 많이 넣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발효 기간도 어떤 분은 1주일만 지나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어떤 분은 3개월, 또 어떤 분은 6개월, 또 다른 분은 1년 넘게 발효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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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정말 ‘효소’인 것인지 전문가들을 만날수록 의문은 커져갔습니다. 그래도, 각자 만드는 방법이 다르더라도, ‘효소’ 식품에 효소가 있으면 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취재팀이 정작 궁금해하던, “‘효소’ 발효액에는 어떤 효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똑같이 물었습니다. 그러나 명쾌한 답은 어느 분에게서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들을 수 있었던 건, ‘원재료를 설탕에 발효시켜 ’효소‘로 만들어 먹으면 그냥 먹을 때보다 효능이 훨씬 높아진다’는 이야기 정도였습니다. 예컨대 “오미자가, 쑥이, 백련초가 어디에 좋은데, 이를 설탕과 발효시켜 ‘효소’로 만들어 먹으면 본래 성분을 다 뽑아내 먹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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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을 채 풀지 못한 채 이번에는 분말 형태 ‘효소’ 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가 봤습니다. 취재하러 간 공장에서는 분말 ‘효소’ 식품들을 가공한 뒤 한 봉에 3g씩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이 식품을 개발한 교수는 “여러가지 국산 곡물에다 곰팡이와 박테리아를 넣고 4주 동안 발효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액체 효소 식품과는 달리 과학적이고 위생적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분말 효소 식품은 특히 홈쇼핑을 통해 매회 매진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많이 팔리고 있다 했습니다. 취재팀은 역시 가장 궁금한, “이 식품 안에는 어떤 효소가 얼마만큼 들어 있어서, 어떤 효능을 갖는지”를 똑같이 물어봤습니다. 개발자인 교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어 소화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3대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라면 보통 약국에서 파는 소화제와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는 질문엔, “화학적 역할을 하는 소화제는 달리, 분말효소식품은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천연의 단백질로 소화기능을 돕는다”고 했습니다. 취재팀은 곡류 제품에 그런 효소들이 얼마나 들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자체 실험도 해봤다는 교수는, 그러나 “다른 제품과 비교될 수 있다”면서, 어떤 효소들이 들어있는지, 활성이 얼마인지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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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좋은 재료들을 갖고 발효를 시킨 식품들이 몸에 안 좋을 리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특히 김치나 각종 장류 등 발효식품의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 사람들은 평소에도 발효식품을 자주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발효 식품들을 ‘효소’식품이라 칭할 때는 조금 엄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소한 “어떤 효소들이 얼마나 들어있어서, 어떤 효능을 갖는지”는 명확히 해야 제대로 된 ‘효소’ 식품이 아닐까요? 먹더라도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먹는 게 소비자들의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겠고요. 취재팀이 계속 이 질문을 물으면서 다닌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이 ‘효소’ 식품들, 사실 가격도 만만치는 않거든요.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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