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배우 김민희의 맨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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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굿바이 솔로'때부터 연기가 재밌어졌어요. 그때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거든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면서도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작품을 하면서 '아, 그래도 내가 재능이 없지는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요즘은요? 연기가 너무 재밌네요"

배우에게 있어 연기력이란 타고나는 것일까. 노력의 산물일까. 최근 몇 년간 김민희가 보여준 눈부신 성장을 떠올리며 이 질문을 다시 한번 되뇌여 봤다.

다행히도 영화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의 개봉에 맞춰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적어도 김민희의 경우,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뒤늦게나마 발견해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을. 

2012년 '화차'에서 삶의 무게를 한 몸에 짊어진 비운의 여인으로 분했던 김민희가 신작에선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성숙을 거듭해가는 보통의 여자로 변신했다.

'연애의 온도’는 3년 차 비밀연애커플 동희(이민기 분)와 영(김민희 분)이 헤어진 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 영화다. 이 작품은 현실 연애의 모든 것을 다뤄 개봉 4주 만에 전국 170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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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성적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특히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김민희의 자연스러운 멜로연기는 수많은 여성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본 여기에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김민희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최고였다.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특히 그녀가 주목한 것은 '장영'이라는 평범한 캐릭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우리 영화는 이별한 '영'의 모습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울면서 집에 들어온 영은 태연하게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길에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이런 것들이 내 모습 같았다. 연애할 때 누구나 힘들고, 외로운 순간을 겪지 않나. 뿐만 아니라 대사도 공감가는 게 많았다"

'연애의 온도'는 공감 가는 스토리, 실감 나는 대사도 인상적이지만, 인터뷰 형식을 통해 주인공들의 솔직한 심리를 담아낸 구성적 특징도 돋보였다. 영화는 두 주인공의 사랑과 이별을 관찰하듯 보여주다가 이내 마이크를 당사자에게 넘겨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게 만든다. 이는 두 사람의 심리 변화를 통해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 감독의 의도다.

김민희는 노덕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인터뷰 형식의 경우 세련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은 극 중에서 일상적인 유머를 많이 사용했는데 많은 부분 공감했다. 코드가 서로 잘 맞아서 연기하기도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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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김민희가 중점을 줬던 것은 리얼리티였다.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비밀연애를 하는 커플의 설정상 일상적인 장면이 많았다. 수수한 유니폼에 노메이크업, 흐트러진 머리 등 자연스러운 스타일링으로 현실적인 은행원의 모습을 보여줬다. 연기 역시 인물의 성격에 반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애의 온도'에는 영화적 재미를 위한 극적인 설정도 적잖이 들어가 있다. 이를테면 옛 남자친구 자신을 험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에게 빌린 노트북을 부숴 퀵서비스로 보내는 것이라던가, 남자친구의 명의로 된 핸드폰으로 수십만 원을 결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행하는 복수 장면이 그렇다.

"그런 몇몇 설정들은 이해가 안되기도 했다. 아무리 헤어진 연인이라고 해도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연애의 온도'는 다큐가 아니라 영화기 때문에 극적인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에피소드가 크게 과하다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배우에게 연기란 때론 경험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민희는 기본적으로 연기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시키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녀는 "나랑 연기랑은 구분을 짓는 편이다. 그저 그 상황에 몰입해 연기할 뿐이다. 또 연애 영화를 한다고 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민희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연애'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하게 됐을까. 그것도 자못 궁금해졌다.

"노덕 감독님은 한 인터뷰에서 '연애는 미친 짓이다'라고 하셨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우리 영화를 보고 나서 설렘을 느꼈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느낌도 들었다. 비록 우리 영화가 싸우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나는 이 커플이 예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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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청소년드라마 '학교2'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지도 어느덧 14년이 흘렀다. 김민희에게는 오랫동안 '연기 못하는 배우'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2006년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기점으로 연기력이 크게 향상됐다. 충무로로 넘어와서는 '순애보', '뜨거운 것이 좋아', '모비딕', '화차'에 이르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김민희는 자신의 지난 10여 년을 돌이켜보며 "하루아침에 되는 건 없더라. 여러 가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연기도 발전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 경험들은 배우 김민희 나아가 인간 김민희를 성숙하게 하였다고 했다. 그녀는 "그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왔고, 하기 싫은 것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한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지나온 것 같다"고 자신의 지난날을 평가했다.

반면 "주변에서 '이 영화는 얻어갈 게 많으니까 해야 해'라고 조언하지만, 내키지 않은 것에 대해 어떻게 타협해야 하는 지는 지금도 고민이 된다. 스스로는 천천히 가도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바심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풀어야할 숙제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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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느끼는 불안함과 달리 김민희는 현재 충무로 제작자들에게 가장 신뢰감을 주는 여배우로 성장했다. '화차'와 '연애의 온도'의 연이은 성공으로 그녀에게 쏟아지는 시나리오도 적지 않다. 차기작 선택에 대한 행복한 고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내가 연기하게 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지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표현해야 할 것이 희미할 때는 고민하게 된다. '연애의 온도' 속 영이라는 인물은 너무 평범하고 수수한데 내가 표현할 것이 많았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캐릭터가 강렬해도 스스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다음 작품 역시 내가 사랑하고, 보여줄 것이 많은 캐릭터를 발견할 때 정해질 것 같다"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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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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