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황이 우리 먹거리 사정을 갈수록 열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갈라진 사과, 터진 굴비, 예전 같으면 폐기 처분됐을 것들이 헐값에 시장에 팔리고 있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고양시의 한 냉동창고.
벽면 한쪽에 굴비 상자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상자를 열어보니 배가 터진 굴비, 머리가 반쯤 떨어진 굴비까지 성한 게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폐기 처분해야 했지만, 그대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초 대형마트에 납품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떻게 된 걸까.
대형마트 과일 코너 한쪽.
역시 군데군데 갈라지거나 구멍이 뚫리고, 무른 것 투성입니다.
[백천수/대형마트 과일담당 직원 : 우박을 맞아서 성장과정에서 상처가 있었는데 상처가 아물면서 흠집이 생기는 겁니다.]
정상품보다 30% 쌉니다.
이 흠결이 있는 이른바 '못난이 사과'는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185%나 늘었습니다.
일반 사과 매출을 무려 2배나 앞질렀습니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채소만 모은 코너 매출도 지난해보다 45%나 올랐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가공품 전문 코너도 최근 매출이 2.5배 늘었습니다.
얇아진 지갑 탓에 문제가 있어도 저렴한 먹거리를 찾는 겁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우리네 상차림이 부실해 지는 건 통계로도 확인됩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물가가 오르면서, 식료품 구입비는 9% 줄었습니다.
건강식품으로 분류되는 생선과 과일, 해조류 등은 소비가 급감한 반면, 햄과 베이컨 등 가공식품과 빵, 과자류는 반대로 급증했습니다.
[권자영/서울 신설동 : 야채값 같은 경우에는 너무 많이 올라서 양파 하나를 사는 데 굉장히 부담이 될 정도….]
특히 소득 양극화로 저소득층 식탁부터 부실해진다는 게 문제입니다.
[강중구/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필수 소비인 식료품 소비가 자체가 줄었단 의미는 그만큼 소득 상승이 부진했다는 그런 의미입니다. 결국 경기불황이 가계에 식료품 소비 자체를 줄이고 있다라고.]
먹거리 양극화는 미국처럼 저소득층 비만 등 건강 양극화로 이어져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있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 영상편집 : 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