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원에게 꼬리표처럼 붙는 말이 있다. 바로 ‘시청률 불패’라는 말이다. 주연배우에게는 더 없는 칭찬이지만 또 이렇게 배우를 옥죄는 부담이 없다.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까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을 빵빵 터뜨렸던 주원이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7급 공무원’은 성적이 다소 부진했다. 주원은 “바로 이게 배우 아닐까요.”라며 소년처럼 웃었다.
‘7급공무원’이 종영한 지 3주. 100m 달리기 하듯 숨 가쁘게 달려왔던 주원은 이제야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의 모닝캄 빌리지 리조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원은 여전히 극중 배역이었던 ‘한길로’의 모습을 품고 있었다. 주원은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똑같다. 한길로가 했던 게임, 했던 말투 등 생활 패턴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원에게 ‘7급공무원’은 어떤 작품이었을까.
“전작들에서 워낙 무거운 역할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벼운 역할이 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하면 잘할 거다’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막상 촬영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도 많았어요.흘륭하진 않았지만 무난하게 잘 소화했고, ‘나도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내 어깨에 짊어진 책임감이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주원은 다소 까다로운 시청률 관련 질문에도 특유의 솔직한 어법으로 답했다. “초반 ‘7급공무원’ 시청률이 좋을 때 스태프들이 ‘정말 주원이 있어서 시청률 잘나오나봐’라고 말했어요. 그러다가 시청률이 점점 떨어질 때 ‘에이, 떨어졌네’라며 속상해 했어요. 그리고 시청률이 하위권이었는데 생각만큼 마음이 아프진 않았어요. 오히려 시청률을 체크를 하지 않았고 그런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촬영은 재밌게 임했어요.”
“그렇다면 시청률이 왜 떨어진 것 같냐.”는 질문에 주원다운 말이 이어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죠. 경쟁작이었던 ‘그겨울, 바람이 분다’를 한번 모니터링을 했는데 영상이 정말 좋더라고요. 배우들도 잘생겼고, 예쁘고. 제가 많이 모자랐나 봐요.(웃음) 최강희 누나에게 ‘누나. 내가 못생겨서 미안해’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주원은 국내 드라마 환경에 최적화된 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체력이 대단하다. 그간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이어 밤을 새우는 건 기본, 과중한 촬영 스케줄을 모두 견디면서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런 주원에게도 ‘7급 공무원’의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빡빡한 촬영 일정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주원은 “이런 촬영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틀에 한번 꼴로 식사를 했어요. ‘누나. 밥 언제 먹었어?’라고 물으면 최강희 누나는 ‘글세 한 이틀 전?’이라고 말하곤 했어요. 스키장에서 한 촬영이 기억이 남는데요. 촬영이 허락된 좁은 장소에 3개 촬영 팀이 각각 대기를 하고 있다가 한 팀 촬영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팀 촬영에 합류해야 했어요. 고생해서 그런지 생각이 더 많이 나네요.”
주원은 ‘7급 공무원’을 통해서 애드립 연기도 자주 선보였다. 연극 무대를 통해서 처음 연기를 배운 주원에게 짜여지지 않은 즉흥적인 연기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7급 공무원’을 통해서 주원은 스스로 쌓았던 벽을 무너뜨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주원다운 도전이었다.
주원은 영화 ‘온리유’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배우 김아중과 호흡을 맞춘다. ‘각시탈’, ‘제빵왕 김탁구’ 등에서 보여준 다소 무거운 모습과 ‘7급공무원’에서 발견된 발랄한 모습이 어우러진 종합 선물세트 같은 연기가 될 예정이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촬영할 때 시간적 여유가 있잖아요. 저는 '어떤 여배우를 만나도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김아중 선배와 저의 만남도 정말 기대가 돼요. 이제 '만들어가는' 주원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장소제공=모닝캄빌리지(www.morningcalmvillage.com)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