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겨울 남자, 지긋지긋한데 잘 생겨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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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살이 에이는 한 겨울에 서 있었다. 가슴에 시퍼런 멍 자국을 품은 채 몸부림 쳤고, 허세를 부렸고, 반항도 했다. 한동안 홀로 숨고르기를 하다가 다시 떠들썩한 세상으로 나오니 또 추운 겨울, 그래서 이번에는 대놓고 ‘그 겨울’이었다.

브라운관 속 조인성은 언제나 그랬다. 미니시리즈 데뷔작 ‘피아노’를 시작으로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제목은 봄날이지만 배경은 겨울이었다)을 지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오수가 돼 겨울 남자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 남자, 겨울 이미지와 상충되는 뜨거운 모습도 지니고 있었다. 외면은 얼음처럼 차가운데 내면은 태양처럼 뜨거운… 특히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듣는 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 불꽃이 튀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겨울)가 종영한 지 이틀이 지난,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봄 기운이 만연했던 날 오수의 여운을 안고 있었던 조인성을 만났다. 

-‘그 겨울’ 종영 소감을 말한다면 어떤가요?

잘 모르겠어요. 쫑파티에서 술 마시고 3~4시간 잤던 것 같아요. 일어났는데 기분이 되게 이상했어요. 노희경 작가님 목소리도 듣고 싶어 전화하려 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왜 울었는지 모르겠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났어요. 노 작가님에게 농담으로 몇 신만 써서 달라고 하고 싶다고 했어요. 일을 하다가 안하는 허탈감인지… 그냥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노 작가님이 농담으로 연기 좀 대충하지. 명줄 줄어 하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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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에서 눈빛 연기가 살아있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며)노 작가님이 편집실에서 모니터 보며 그 표정이 있다고 말했어요. 영(송혜교 분)이를 바라보는 표정과 눈빛, 그것을 항상 기억하라고… 너무 좋았죠. 나이에서 오는 어드밴티지가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어릴 때는 나이에서 오는 어색함이나 풋풋함이 있었죠. 농도 있는 눈빛을 못 보인 것 같은데…. 지금 내적으로 성장했다, 지적으로 변했다, 공부했다는 아닌 것 같고요. 그런 어드밴티지가 온 것 같아요.

-이번 드라마 하면서 한계가 있었어요?

시험을 많이 했어요. 자기를 시험하기 좋은 작품이였어요. 안 되면 위험요소가 큰 상황이었거든요. 여러 신들을 이해하고 연기하고 그렇게 시험해보고 좋았어요.

-오수가 섹시하다고 발언했잖아요.

눈빛을 많이 사용할 수 있겠다 생각해서 섹시하다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수는 착한 아이이에요. 착하지 않다면 희주 때문에 그리 살지 않았죠. 반전 있는 캐릭터라 섹시해요.

-송혜교 씨는 어땠나요?

독해요. 독하고 끈기 있어요. 저는 단거리에 강해요. 테이크를 많이 가면 페이스를 잃어요. 그래서 첫 테이크에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혜교는 끝까지 가요. 무시무시할 정도로. 그런 무시무시함이 있어요. 이번 드라마는 혜교도 가져가고 나도 가져간 경우에요. 앞으로 이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죠. 한쪽으로 쏠리면 민망한데 둘 다 나눠가진 것 같아서 좋아요. 혜교 덕분에 잘 된 거죠.(웃음)

-송혜교와 한 러브신 중 두근거렸던 장면을 말해주세요.

맨 마지막 영이의 눈을 마주쳤을 때 두근 했어요. 눈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당황했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솜사탕 키스신은 오글거렸다. 영이의 눈 보면서 뭐 하고 있는거지, 뭐지 이상한데 했었죠.

-유독 겨울 드라마에만 출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 번 발을 디딘 게 시작인 것 같아요. 그래서 타이밍이 겨울에 계속 돌아오는 거죠. 1년에 한 작품을 했는데 처음 시작한 게 ‘피아노’였거든요. 그리고 ‘별을 쏘다’, ‘발리에서 생긴 일’, ‘봄날’… 징크스에요. 기분 좋은 징크스죠. 겨울이 나랑 떨어지는구나 생각해요.

-원래 겨울을 좋아해요?

겨울을 좋아할 수 없었어요. 너무 치열하게 일해서… 너무 춥잖아요. 어머니가 멋 부리다 얼어 죽는다고 말씀하시는데 패션은 또 시즌을 앞서가서 두꺼운 것을 못 입는데 그 겨울에 셔츠에 얇은 코트만 입었어요. 지긋지긋하고 힘들죠. 그래도 차가울 때 잘 생겨 보이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겨울 남자 이미지는 마음에 드나요?

제가 약간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 인데 뜨겁게 연기해서 상충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밸런스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보니 차가운 모습이랑 어울리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미국 영화의 뱀파이어 역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미국은 청춘 스타가 뱀파이어 역을 많이 하는데 우린 없어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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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이 있다면요?

좀 크게 볼까요? 제가 두 배우를 좋아 해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랑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렇게 되고 싶기도 하고 그 눈빛이 있어요. 집중할 때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유머와 유연함, 천재끼까지 있잖아요. 심각할 때 심각하지 않게 연기하지 않는 능력이 정말 멋져요.

-군대 제대 후 복귀에 성공했네요.

현장에서는 통제를 해서 인기에 대한 체감을 못했고 단순하게 시청률 많이 나와서 봐주고 있구나 했어요. 혜교랑 차 안에서 촬영하는데 신나서 이야기를 했죠. 밖에 걸어 다니고 싶지 않냐, 감독님이 작가님이랑 이야기해서 롯데 월드에서 찍어 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눴죠. 예전에는 이런 사랑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복귀에 성공을 했으니 막 달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인데 차기작은 계획 있나요?

작품을 하고 싶은 것 생각하죠. 그게 영화일 수도, 드라마 일 수 있죠. 하지만 상황 상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드라마는 저도 오수를 잊을 시간이 필요하고, 시청자들에게도 곧장 오수가 아닌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금 영화를 하자 하면 준비기간까지 포함해 6~7개월은 걸릴 텐데… 다작을 하자, 다작을 해라 하지만 할 수 없는 현실이 있는 것 같아요.

-다작 배우 하정우 씨에게 조언을 구하세요.

(웃음)그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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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손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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