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가장 큰 자랑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다. 이를 서사적 구조로 전개해 한 편의 영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8일 방송도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시작은 분노 바이러스였다. 분노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었고 ‘런닝맨’ 멤버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개리 하하 송지효 이광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긴급 재난 본부 요원으로 변신해 한 연구소의 백신 보관실에 있는 웃음 백신을 찾아야 하는 임무를 받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치는 유재석의 캐릭터 물총을 사용하는 유임스 본드의 부활이었다. ‘런닝맨’ 멤버들 중에는 유재석을 사칭하는 스파이가 있었고, 유재석은 스파이를 찾아 제거해야 했다.
이때부터 방송은 유재석에게 포커스를 두고 따라가 시청자가 유재석으로 빙의돼 진범을 함께 찾을 수 있도록, 방송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광수, 김종국, 지석진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유재석 하하 송지효 개리가 남은 상황. 유재석은 진범으로 하하를 의심했고, 방송은 하하가 진범이라는 가정 하에 그의 행동들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송지효가 하하를 물총으로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며 반전을 선사했다. 송지효가 바로 진범이었던 것. ‘런닝맨’ 멤버들 모두 예상치 못 한 의외의 인물이었다. ‘런닝맨’은 그동안 두뇌 플레이에 강했던 에이스 송지효를 진범으로 이용했고 송지효는 이를 영리하게 수행했다.
이런 반전을 꾀할 수 있었던 것은 편집의 힘이었다.(사실 유재석의 존재도 방송 후반에서야 공개됐다) 교차 편집을 통해 진범 송지효를 끝까지 꼭꼭 숨기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송지효가 진범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순간 유재석은 송지효와 함께 개리까지 진범으로 오해해 아웃시키는 예기치 못한 행동을 펼쳤지만 이 역시 ‘런닝맨’의 재미였다. 개리가 아웃되며 유재석과 송지효는 최후의 결전을 펼쳤고, 유재석은 물총의 달인 유임스 본드 답게 송지효를 아웃시켜 웃음 백신을 사수해 지구를 구원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캐릭터는 이광수였다. 가장 먼저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적당히 과장된 분노 연기를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이광수를 통해 범죄 스릴러 장르의 재미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는 캐릭터의 웃음을 톡톡히 챙길 수 있었다.
‘런닝맨’은 분노 바이러스 편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의 두뇌 게임을 제대로 풀어냈다. 진범이 하하가 아닌 송지효라는 그 활용법은 신의 한 수였다.
(손재은의 TV공감은 여러 TV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습들을 집중 조명하고 이해를 해보고자 하는 코너입니다)
사진=SBS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손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