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내로 돌아오라 박지성!

EPL 32라운드 QPR-위건전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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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경기였습니다. 새벽 2시가 넘게까지 이어졌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강등권에 놓여있는 양 팀은 사력을 다했고, 사력을 다하는 경기는 재밌을 수밖에 없었습니다.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에서 공격력을 인정받지 못한 박지성이 2경기째 교체명단에 포함된 것은 어쩔 수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전반 20분 QPR의 최전방 공격수 자모라가 위건의 고메스에 발길질했다는 판정으로 퇴장당한뒤 경기는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죠.후반들어 수비수 오누오하와 공격수 아델 타랍이 교체 투입되면서 QPR은 정말 맹공을 퍼부었고, 끝내 후반 40분에 학수고대하던 한 골이 터지죠. 마르세이유에서 이적해 온 프랑스 리그 엉 출신 지난 시즌 득점왕 로익 레미는 정말 환상적인 터치로 골을 기록했죠. QPR의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고요. 승리는 눈앞으로 다가왔고 강등권 탈출의 서광이 비치는 듯했죠.

그러나 QPR의 행운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이젠 남은 시간 지키기만 하면 됐는데 레드냅 감독은 끝내 박지성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후반 43분 지친 레미를 빼고 꺼내 든 마지막 교체 카드는 뜻밖에 공격수 제이미 마키였습니다. 수비를 강화해야 할 시간에도 레드냅의 머릿속엔 박지성이 없었던 겁니다. 아니나다를까 인저리타임이 1분남기고 얻은 위건의 마지막 프리킥이 말 그대로 버저비터(buzzer beater) 골로 이어집니다. 결국 1-1 무승부. 다잡은듯했던 승점 3점은 날아가 버렸고 이제 QPR의 다음 시즌 프리미어 리그 잔류는 앞으로 남은 6경기를 다 이겨야만 가능해 현실적으로 무망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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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내내 QPR 벤치를 비추는 화면속으로 연신 고개를 씰룩거리는 레드냅 감독 특유의 표정과 그 뒤에 앉아있는 무심한 표정의 박지성 선수가 여러차례 오버랩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감독의 부름을 받지못하는 박지성 선수는 자신의 미래와 관련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의 EPL잔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QPR구단주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최근 향후팀운영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죠. “이번 시즌이 끝나는대로 주급이 높은 여러 선수들을 내보내고 우리와 오래 함께할 선수 위주로 재편성하겠다”며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영국의 미러지는 “박지성이 첫 희생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박지성 이외에도 시즌 초 인터밀란에서 이적한 브라질 국가대표 골키퍼 훌리우 세자르와 2미터에 육박하는 거한 수비수 크리스토퍼 삼바, 로익 레미 등 몸값 비싼 선수들도 이적대상으로 나왔습니다. 외신에서는 박지성이 미국의 MLS(major league soccer)나 중동 또는 중국리그 등으로 이적할 거라는 추측성 보도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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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격세지감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누굽니까? 지난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수비수를 제치고 기록한 골로 세계무대에 그의 이름을 알린 이후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죠. 일본 교토 퍼플상가 시절 일왕기대회에서 우승한뒤 히딩크 감독을 따라 옮긴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시절 그는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강호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선수로 부상하죠. 마침내 2005년 퍼거슨경의 부름을 받아 EPL 최고명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입단합니다. 그 후 7시즌 동안 여러차례 리그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유럽 클럽축구 최고의 무대라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는 최초의 아시아 출신 선수로도 기록됐죠. 한국이 낳은 최고의 선수이자 아시아 축구의 아이콘 아닙니까? 지난 10여 년 동안 그는 항상 승리와 우승에 익숙한 최고의 클럽에서만 뛰어왔고 아시아 출신 선수로서는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해왔습니다. 이번 시즌 초 QPR로 이적할때도 맨유 출신이던 당시 마크휴즈 QPR 감독이 퍼거슨 감독의 특별양해를 받고 데려와 주장 완장을 채워주고 중용할때만 해도 이렇게 강등권에 내몰린 팀의 주전자리에서 조차 밀려나게될지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고 언제까지나 과거의 영광에 갇혀 지낼순 없지 않겠습니까? 이제 냉정하게 장래를 생각해야할 때입니다. 어쨌건간에 박지성 선수는 이번 시즌에 별로 보여준게 없고 몸놀림도 서른셋이란 나이탓인지 예전만 못 하다는게 축구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QPR에서 내보내려 해도 다른 프리미어 리그나 유럽 명문클럽에서 박지성을 모셔갈(?) 팀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주급 5천 8백만 원은 명문 클럽에서도 감당하기 쉽지않은 금액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주급 삭감을 감수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겠죠.

박지성 선수는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 고민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한국과 아시아의 대표선수로서 자존심을 지켜주었으면 하는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한국에 경기가 중계되지도 않을 중동이나 중국 또는 미국 리그로 가는 것을 반대하고 싶습니다. 돈 버는 것말고는 별다른 명분도 없지 않습니까? 아시아가 낳은 최고의 수퍼스타가 유럽의 B급 리그 또는 변방국가의 리그를 전전하다 선수생활을 마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않습니다. 차라리 국내리그로 돌아오면 어떨까요?

국내프로리그 진흥에도 도움이 되고 몇 년뒤 박수를 받으며 명예롭게 은퇴할 수있지 않겠습니까? 그뒤에 축구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 좋겠습니다. 겨우(?) 국가대표팀 감독정도로 그쳐선 안되겠죠. 국제축구연맹(FIFA)회장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같은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잘 생각해보시면 제 기대가 그리 황당하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다른 선수라면 그의 거취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로지 박지성 선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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