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황사는 근절돼야 할 재앙? "제발 오해하지 마!"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주요한 황사 발원지의 하나인 내몽고 초원지대를 취재하고 왔습니다. 말로 듣던 그대로였습니다. 초원의 식생이 점차 파괴되는 모습이 뚜렷했습니다.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불모지가 매일 같이 생겨나고 또 넓어지고 있었습니다. 초원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사막과 같이 맨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왜 요즘 우리나라의 황사가 점점 더 심해지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이곳에서 사막화 방지를 위해 초원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환경 활동가들을 만나서 취재했습니다. 중국 활동가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한국에서 온 활동가들이었습니다. 당연히 우리나라 황사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취재를 하면서 제가 황사에 대해 상당히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 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황사에 대해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오해들이 네가지 이상 있었습니다. 황사판 '제발 오해하지마!'를 정리해봤습니다.

1. 황사는 완전히 사라져야 할 자연재해다.

하늘을 뿌옇게 매우고 몰려오는 먼지들, 숨쉬기에 거북하고 차와 집을 더럽힐 뿐만 아니라 빨래라도 깜빡 잊고 걷지 않았다면 거의 재앙입니다. 그러니 황사 같은 것은 아예 없어졌으면 생각하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황사는 우리에게 피해만 가져다주는 것일까요? 알고보니 아니였습니다. 황사에 실려오는 먼지(사실은 지표면의 토양입니다)는 우리 국토 곳곳에 내려앉아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생태계의 보고이자 바다의 자연 정화기로 불리는 갯벌은 황사로 날아온 점토질이 퇴적되면서 형성됐습니다. 즉 일정한 양의 황사는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황사는 토지의 산성화를 가져온다.

예전 기사를 검색하다보니 꽤 많은 기자가 황사를 산성비나 토지 산성화의 주범처럼 썼더군요. 그런데 사실은 정 반대입니다. 황사 자체는 알카리성이 강합니다. 내몽고를 비롯한 몽고 고원은 아주아주 오래 전에는 바다 밑바닥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도가 아시아 대륙쪽으로 올라와 대충돌을 일으키면서 히말라야-알프스 산맥을 만드는 등 아시아 대륙에 엄청난 주름을 남길 때 몽고 고원도 바다속에서 융기해 형성됐다는군요. 그래서 몽고 고원의 토질에는 염분이 많다고 합니다. 염분, 즉 나트륨은 알카리성 물질이고 따라서 황사는 알카리 성질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황사는 토지의 산성화를 가져오기는 커녕 산성화되고 있는 토지를 중화시켜주는 역할도 한답니다. 앞서 설명한 황사가 가져다주는 이익 가운데 하나인 셈입니다.

광고 영역

3. 황사에는 중국 공업지대의 중금속 오염물질이 잔뜩 섞여 있다.

이것도 일종의 오해입니다. 내몽고를 비롯한 황사 발원지에는 공업지대가 없습니다. 따라서 황사에 포함된 망간 등의 중금속은 공장에서 배출된 인공적인 중금속이 아니라 토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인간에게 그리 해로울 것이 없는 것이죠. 그런데 역시 과거에 작성된 많은 기사에서 황사가 오면서 중국 북부의 공업지대의 오염물질과 뒤섞이면서 황사 속의 중금속 등 독성물질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고 주장합니다. 기상학자들이 그러더군요. 그러면 공장 지대의 오염물질이 황사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버무려져서 함께 손잡고 한국으로 넘어오냐고요. 다시 말해 황사가 오기 전에 그 바람의 이동으로 공업지대의 오염물질은 먼저 한국에 오는 것입니다. 황사가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먼저 오는 것이죠. 황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한국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 경우에는 중국의 오염물질은 우리나라에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황사가 왔을 때보다는 그 전에 오는 오염물질을 조심해야 합니다. 적어도 공해로 인한 중금속 물질을 황사가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4. 황사의 먼지는 사막에서 주로 온다.

우리는 황사 하면 사막을 먼저 떠올립니다. 거대한 모래 폭풍이 사막의 모래를 잔뜩 하늘로 끌어올린 뒤 한국과 일본, 나아가 태평양까지 끌고가서 뿌린다고 믿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미 완전히 사막이 된 곳의 모래는 입자가 매우 굵습니다. 설사 모래 폭풍이 일어 하늘로 날아 올랐다고 하더라도 주변 지역에 다시 떨어지지 한국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지는 못합니다. 사막은 이미 고운 입자의 토양은 다 날아가고 무게가 무거운 모래와 돌만 남은 곳인 만큼 황사는 사막에서 온다고 말하면 사실과는 많이 다릅니다. 오히려 지금 막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초원에서 더 많이 온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식물이 초원의 토양을 뒤덮고 있어 날아가지 못했던 가벼운 입자들이 풀이 없어지면서 날아올라 한국까지 오는 것이죠. 아니면 황토질(우리가 흔히 진흙이라는 부르는 매우 입자가 고운 토양)이 많은 황토고원 등에서 오는 양이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황사를 막으려면 이미 사막화가 된 곳보다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초원 지대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5. 지구 온난화로 사막화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사막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황사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막화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요? 거꾸로입니다. 사막화가 지구 온난화를 부르고 있습니다. 사막화는 자연보다는 인간의 책임이 훨씬 큽니다. 이번에 내몽고 초원 지대에 가서 보니 초원은 사막처럼 아예 비가 오지 않는 곳이 아닙니다. 연강수량이 4백 밀리미터 이하이긴 하지만 겨울에는 눈이, 여름에는 가끔이나마 비가 옵니다. 다행히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내몽고 지역에는 수십년만의 폭우와 폭설이 내렸습니다. 곳곳에 말라붙어 없어졌던 호수가 다시 생겨나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황사가 덜 심각할 것이라 합니다. 물론 한 달 뒤면 다시 건조해져서 호수가 사라지고 땅은 메마를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내년과 그 후에도 이렇게 올해처럼 비나 눈이 많이 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만 비가 아예 오지 않는 곳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도 초원의 사막화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내몽고나 몽고 고원은 지하자원의 보고입니다. 막대한 량의 석탄과 망간, 니켈, 특히 구리가 묻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천에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내몽고와 몽고는 광산업으로 큰 돈을 벌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탄광업에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사용된 폐수는 중금속에 오염되죠.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곳이다보니 이런 탄광업체들은 호수나 강, 지하수를 마구 끌어다쓰고, 마구 내버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초원에 골고루 흡수돼있던 수분이 점점 사라지고 풀이 더이상 살지 못하는 사막화된 지역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풀이 없어지면서 바람에 의한 토양의 침식이 가속화되고 그러면 설사 비가 와도 토양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증발하거나 지하로 빠져나가 갈수록 땅이 건조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풀이 없이 맨바닥이 드러나면서 지표면의 복사열은 점점 더 강해지고 그러면 상공에 구름이 와도 강한 열기에 의해 소멸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래서 더욱 비가 오지 않게 되고, 그러면서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원지고...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온난화가 사막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진행되는 사막화가 지구 온난화를 가져온다고 말해야 맞습니다.

6. 나무를 심어야 사막화를 막을 수 있다.

물론 생태계를 되살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입니다. 나무야말로 지구 온난화를 막고 식물은 물론 동물까지 되살리는 첩경이죠. 그런데 나무를 심는 것이 정답이라고 해서 모든 지역에 무조건 나무를 심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돈과 노력을 기울이고도 사막화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광고 영역

초원 지역은 대단히 오랜 세월동안 나무가 없이 풀만 자라나는 땅이었습니다. 인간이 어떤 형태의 간섭을 하지 않았을 때도 그러했다는 것은 자연이 가장 적절한 선택을 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곳에 억지로 나무를 심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현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사막화를 막겠다며 심은 많은 나무들이 몇년을 못버티고 말라죽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20년을 조림한 숲이 한 순간의 가뭄으로 모두 말라죽어버리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나무들을 살리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다 인공적으로 물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역시 지하수 고갈을 부르면서 또다른 지역의 사막화를 유발합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이 모두 틀렸다는 뜻은 물론 아닙니다. 다만 원래 그 지역의 식생이 무엇이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토양의 성질, 바람의 세기, 강수량 분포 등을 철저히 고려해서 나무를 심어야 할 곳에는 나무를, 풀을 심어야 할 곳에는 풀을 심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악영향 뿐 아니라 긍정적 영향도 있으니 황사가 발생하는 것을 그냥 놔둬야 한다는 말인가요? 물론 아닙니다. 수십만년, 수천만년 동안 황사는 존재해왔습니다. 적절한 양이. 그런데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면서 그 양과 정도가 그런 오랜 세월 유지해왔던 균형을 깨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예전의 균형을 되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자세로 황사 문제, 사막화 문제에 접근한다면 더 적절하고 효율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