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욱일승천기'…역사의식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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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욱일승천기.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죠. 국제사회에서도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정작, 전쟁 피해국인 우리나라에서 일부 청소년들이,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습니다.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걸까요?

김종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시내 한복판, 일본식 선술집에 떡하니 걸린 욱일승천기 간판이 눈에 띕니다.

주인은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가게 주인 : 원래는 아무런 뜻도 없었는데, (저희 가게 이름이) 일광(日光)이에요. (일광이요?) 네, 일광. (그래서) 디자인 업체에서 그냥 그렇게 제작을 해 준 거예요.]

게임에도, 의상 디자인에도 적잖이 눈에 띄는 전범기, 일부 연예인들은 전범기 디자인을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합니다.

최근엔 한 대학 디자인과 학생들이 욱일승천기 모양을 배경으로 홍보지를 만들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럼 청소년들은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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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 ((욱일승천기 디자인) 옷들 어때요?) 그냥 별 생각 없는데요.]

[대학생 : 예쁜데요, 눈에 띄고 멋있고.]

일제 전범기란 걸 알려줘도 상관없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중고등학생 : (전범기여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디자인이 문제라는 것) 억지 아니에요?]

[고등학생 : (이완용이 누구인지 알아요?) 이환용? (이완용.) 일제를 추방한 분, (일제에 맞서) 싸운 분 아니에요?]

[중학생 : (한 번 읽어보세요.) 삼점일절. (이거는요?) 삼점일 운동. (학교에서 국사 안 배워요?) 배운 적이 없어요.]

한 중학교 시간표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일주일 내내 역사 과목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집중이수제, 그러니까 한 과목을 한 학기에 집중해서 배우는 제도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은 역사를 배우고 싶어도 1, 2학년 동안엔 배울 수가 없는 겁니다.

[이성호/서울 배명중학교 역사 교사 : 1년 동안 한국사를 배우면 그 학생은 더는 역사를 배울 기회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부분(역사)에 대해서 감수성 자체가 없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와 외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역사 교육의 차이를 알아봤습니다.

[한상권 교수/덕성여자대학교 역사학과 : (역사) 수업 시간은 어느 정도 배정되나요?]

[알렉스/독일 대학생 : 한 주에 3번, 3시간씩이요.]

[크리스챤/미국 : 미국 고등학교는 역사교육이 필수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씩 1주일에 5시간이요.]

[고한준/한국 대학생 : 국사를 2~3시간 정도 1학년 때 배우고, 2, 3학년 때는 국사를 안 배웠어요.]

당연히 역사를 대하는 태도도 다릅니다.

[크리스챤/미국 대학생: 우리 교과서는 이보다 2배 넘게 더 두껍습니다. 저희는 그걸 많이 읽어요. 수업 후엔 스터디도 하고요.]

[나상영/한국 대학생 : 역사 의식이 없이 단순히 암기 과목으로 배운 것도 심한 것 같고…]

[허동현/경희대학교 한국현대사 연구원장 : 시험에 안 나오는 건 안 가르치는겁니다. 지금 모든게 입시하고 연동돼서 수능에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가 중요한건데…]

지금도 역사 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

올 연말 치러질 수능부턴 사회영역의 선택과목 수가 줄면서 한국사 과목은 더욱 외면받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설민환·김승태·하륭, 영상편집 : 이승렬,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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