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의 대표적 성공 모델인 개성공단은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성공단 사태는 더욱 안타까움을 불러오고 있다.
개성공단은 단순히 남북한 국민이 손잡고 제품을 생산하는 경제적 공간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정치, 사회, 문화적 가치도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 개성공단의 경제적 효과를 감안할 때 남북한 모두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개성공단의 외형적 성장은 돋보인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개성공단에는 섬유, 기계·금속,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123개 기업이 가동 중이다.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15개 기업이 입주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9년 동안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가동기업이 8배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005년 1천490만6천달러를 기록하고 나서 불과 2년 만인 2007년 1억8천477만9천 달러로 10배 이상 커졌고 2012년에는 4억6천950만 달러나 됐다.
국내에서 고임금과 인력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개성공단은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개성공단은 중요하다. 개성공단은 단순히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뿐 아니라 시장경제 원리를 익히고 궁극적으로 침체한 경제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관료와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을 통해 금융, 세무, 회계, 인사 등에서 선진 경영기법 및 기술을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의 성공은 다른 경제특구의 밑거름이 되면서 북한의 경제 개방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북한의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법'이나 '나선경제무역지대법'의 각종 규정에는 개성공단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개성공단에서 일했던 북한 관리들이 황금평 등 다른 경제특구 개발에도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에게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2004년 10월 북한 근로자 55명이 처음 개성공단에 고용되고 나서 7년이 흐른 지난해에는 북한 근로자가 5만명을 넘어섰다. 개성공단에는 개성 시내의 성인뿐 아니라 인근 장풍군, 개풍군 주민까지 투입되고 있다.
이런 경제적 가치 때문에 개성공단의 가동이 중단되면 남북한 모두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09년 개성공단이 폐쇄될 경우 투자기업 등 남측의 피해가 1조3천6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개성공단은 이런 경제적 측면보다 정치, 사회·문화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사실상 남북이 통일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쟁을 억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정치인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려고 할 때 단골메뉴처럼 개성공단 방문을 추진하는 것도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상징성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한 주민의 정서적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북한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에서 남측 인원과 아직 민감한 정치적 얘기를 나누기는 어렵지만 서로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이질감을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개성공단 초기에는 남측 주재원들과 서먹한 느낌이 있었지만 이제는 인사를 살갑게 나눌 정도로 편안해졌다는 것이 공단의 남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남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뿐 아니라 작은 '통일 공간'으로서 의미가 크다"며 "남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이질감을 극복하면서 통일 이후 발생할 남북한 갈등을 사전에 완화한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개성공단이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남북한이 북한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개성공단에 투입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남한 기업이 북한 인력의 노무관리에서 자율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또 이번 통행 차단 사태처럼 개성공단이 남북간 정치적 영향에 크게 흔들린다면 앞으로 국제적 공단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