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하우징(Co-Housing)을 아십니까? 몇 년 전부터 미디어를 통해 많이 소개됐고 지금은 광고에도 나오는 이른바 ‘땅콩 집’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형태의 공동체 주택을 말합니다. 개인들의 독립된 생활 공간은 갖춰져 있지만 함께 사는 이웃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며 생활할 수 있는 공동 공간을 설치해 이웃과 소통하기 쉬운 집을 만든 곳입니다. 생각보다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셨던지 SBS 시사매거진 <현장21>에서 이 내용에 관한 심층 보도를 했더니 포털 실시간 검색순위 3위에 기록됐던데 ‘New’ 라고 올라온 걸 봐서 그 동안 검색한 분이 많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제가 코하우징, 즉 공동체 주택 생활을 하는 분들에 주목한 것은 집의 모양이나 비용 절감 등 보다는 이런 집에 살고 있는 이유와 생활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런 코하우징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주로 자녀를 둔 3,40대 부부들이 이런 생활에 적극적이라는 겁니다. 직접 찾아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경기도 파주에 있는 도시농부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차를 타고 제2자유로에서 빠져 나오면 얼마 가지 않아서 있는 마을인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일단 골목의 풍경이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흙을 밟고 지낼 수 있는 마을 구조에 집 앞에 나와 있는 개 집과 개, 골목에서 어른들 없이 서로 뛰노는 아이들, 옆 집에 가서 “친구야 놀자” 하며 부르는 모습까지 마치 제가 어릴 적 자랐던, 그러나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그런 골목 풍경이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250 세대 중에 170세대가 입주해 있는데 대부분 자녀가 한 두 명 있는 3,40대 부부여서 아이들만 100명이 넘습니다. 골목 풍경을 보자 왜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여기를 택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한 마디로 ‘상부상조’ 였습니다. 입주한 지 몇 개월 안 됐다고 하는데도 서로 꽤 친해 보였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는 방식으로 모임도 많았습니다. 공예 전문가는 공예를 가르치고,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은 중국어를 가르치는 식입니다. 이웃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미술, 피아노 교습을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친해질 수 있었던 데는 마을 내에 설치된 입주민 전용 식당이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5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뷔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남편과 아이들을 직장이나 학교로 보낸 엄마들이 매일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됐다고 합니다.
도심 아파트 단지와 생활이 가장 많이 달라 보이는 것은 마을 아이들이었습니다. 통학버스로 등,하교를 하는 것은 비슷한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들끼리 서로 몰려다니며 이 집 저 집에서 노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놀기 위해 학원에 간다는 아파트 단지 아이들과는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또래 아이들끼리 자주 어울리다 보니까 아이들도 활발해져서 새로 이웃이 이사오면 그 집 아이들에게 먼저 놀자고 찾아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 자녀 가정 부모들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걱정해서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일부러 그룹을 만들어서 학원을 보내거나 키즈 카페 등을 잡아서 놀게 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목형’ 생활이었습니다.
물론 어른들의 생활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강남 쪽 직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리고 주변에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없어서 쇼핑을 하려면 일산 등으로 나가야 합니다. 집 관리도 전원주택이라서 직접 해야 해 눈, 비 올 때 손이 많이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불과 몇 달 전에는 아파트 단지에 살던 사람들이 이런 형태의 집으로 이사 온 뒤 이웃과 어울려 지내는 친밀도가 달라지고 잊혀진 줄만 알았던 이웃사촌이 생기는 모습을 보니 집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아파트도 형식적으로는 공동 주택이지만 단절된 주거 형태입니다. 우리가 이런 단절된 주거 형태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0년이 안 되는데 그 기간에 우리는 이웃사촌이란 말을 잊어버리고 살게 됐습니다. 이웃 간 사이는 각박해져서 층간 소음으로 이웃을 살해하는 일이 잇따르고 한 아파트, 같은 동에 누가 사는 지 알지 못하고 아는 척도 잘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웃이 함께 하면서 가족 내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돌봄’ 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릴 적 부모가 바쁘면 옆 집에 아이를 자연스럽게 맡길 수 있었던 ‘관계’가 사라지니 육아와 양육 부담은 더 커지게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 자녀 가정이 늘고 양육 부담이 커지면서 더 이상 친가나 외가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3,40대 부부들이 이웃을 찾아서 코하우징 생활을 택하고 있는 데는 이런 점이 영향을 주고 있는데 다른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는 부동산 시장 상황입니다. 박근혜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가져 온 가장 큰 이유는 집 값이 너무 비싸고 사람들이 더 이상 ‘집을 사면 언젠가 오르겠지’ 하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지 않게 된 것이 큽니다. 부동산이 언젠가 오르겠지 라는 생각, 다시 말해 집을 투자의 가치로 보게 된다면 코하우징 주택이 활성화 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 가치는 낮기 때문이죠. 반면 집을 거주의 대상으로 보게 된다면 생각이 달라지게 됩니다.
최근 3년 동안 수도권에서 계속 매매 가격은 떨어지고 전세 가격은 오르면서 지난 2월 전세가율이 63.9%로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국토부의 주택거래량 자료를 보면 1,2월 거래량을 기준으로 2007년 14만 4,367 가구였던 것이 금융위기 이후 2009년 8만 4,760 가구로 떨어진 뒤 2011년 14만 6,705가구로 회복됐다가 올해는 금융위기 직후보다 더 적은 7만 4,358가구로 떨어졌습니다.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1월 말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숫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여건이 집을 거주의 대상으로 보게 만들게 되고 여기에 양육과 소통에 대한 갈증까지 더해져 코하우징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됩니다.
하지만 코하우징 생활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염두에 둬야 할 점도 많습니다. 여기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일찍 코하우징 주택 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의 사례와 분석을 통해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