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주다해 떠난 자리, '배우' 수애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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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로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 나는 배우니까.”

배우 수애는 SBS 월화극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관 박신우)을 끝내고 이렇게 말했다. 할 말은 많지만 그 모든 것을 연기로 전달하고자 했다는 ‘배우 수애’의 이유있는 항변이다.

수애는 ‘야왕’에서 악녀 주다해를 연기하며 평생 들을 욕을 다 들었다. 주다해는 지금껏 한국 드라마에서 나온 악녀들의 총 집합체였고, 시청자는 그런 주다해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러다보니 주다해를 연기한 수애도 비난의 손가락질을 피해갈 수 없었다.

물론 주다해가 나쁜 것이지 수애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청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수애에게서 주다해의 이미지를 떨쳐내지 못하고 두 사람을 동일시했다. 그래서 수애에게는 ‘국민쌍X’이라는 욕설 섞인 애칭까지 붙었다.

수애는 연예인들 중에서도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꼽히는 배우였다. 그런 수애가 주다해로 인해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독한 여자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이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연예인, 특히 사소한 것 하나에도 예민한 젊은 여배우에게는 치명적인 부분이다.

‘야왕’이 주다해의 악행과 배신으로 인해 인기가 치솟던 즈음, 광고계에선 수애의 이미지 하락을 우려했다. 주다해가 드라마에서 워낙 나쁘게 나오는지라, 광고에서 수애가 해맑게 나오면 모순적으로 보이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일각에선 수애가 ‘야왕’에 출연한 이후 광고가 끊겼다는 말까지 나왔다.

수애는 이런 상황에서도 “연기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흔들림 없이 의연한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 억울한 입장도, 속상한 속내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주다해를 연기해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수애는 더욱 완벽하게 주다해로 거듭났다. 시청자가 주다해의 얼굴만 봐도 분노가 치미는 이유는, 그만큼 수애가 탁월한 연기력으로 주다해를 소화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주다해를 욕할지언정 “수애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빚어진 일”이라며 수애의 연기력은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야왕’은 2일 방송된 24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수애는 “연기로 모든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말로 그동안의 심경을 대변했다. 배우는 오직 연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나타낸다는 덕목을 강조한 것이다.

수애는 종영 이후에도 이미지 타격에 대한 볼멘소리를 꺼내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은 기분”이라며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푹 쉬고 싶다”는 바람만 전했다. 배우는 캐릭터 핑계를 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자세를 수애는 일관되게 지켜냈다.

수애는 전작 SBS ‘천일의 약속’에선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면서도 사랑을 놓지 못하는 여인 이서연을 연기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악녀 주다해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역할이다. 이처럼 수애는 맡는 배역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정말 제대로 연기변신을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가 바로 수애다.

배우는 연기로 보여줘야 한다. 캐릭터는 한 순간일 뿐이다. 이서연은 처연했고 주다해는 악랄했다. 수애는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 새로운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사진=베르디미디어]

sakang@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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