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나도 모르게 찍히는 내 모습…CCTV 어디까지 허용?

지하철 CCTV를 통해 살펴본 '개인정보' 문제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저도 어쩌다 TV에 나오곤 하다보니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면 신경이 쓰입니다. 만에 하나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누군가 나를 보고 있지 않을까. 타인의 시선은 누구에게나 신경쓰이는 일이죠. '내가 모르게 나를 보고 있다' 그러면 괜찮다 하는 분들도 혹 있겠지만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안다면 역시 거슬릴 겁니다.

너무나 많아져버린 CCTV 얘기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CCTV는 40만 대가 넘고, 민간 것까지 합하면 4백만 대 이상이라고 추정됩니다. 집에서 나서는 순간부터 어딘가에 설치된 CCTV에 내 모습이 찍히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떤 사건이라도 그 장면이 어딘가의 CCTV엔 꼭 찍혀 있습니다.  경찰은 주변을 뒤져 CCTV를 찾아내고 그 영상을 통해 용의자를 쫓습니다. 방송기자들은 경찰 확보 영상을 협조받거나 역시 주변을 뒤져CCTV를 구합니다. CCTV가 없으면 방송뉴스는 어떻게 만드냐고 농담할 정도로 CCTV는 대세입니다.

이런 CCTV에 대한 여론은 요즘 어떨까요. 10년 전만 해도 CCTV 설치 문제엔 항상 찬반 논란이 뒤따랐습니다. 범죄 예방이나 수사, 시설 안전 등에 도움이 되겠지만 원치 않는 사생활 노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식이었죠. 그런데 장비와 기술의 발전으로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CCTV를 설치할 수 있게 되고(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CCTV를 통한 사건 해결 등이 워낙 부각되다보니까 요즘엔 그런 얘기도 잘 안 나옵니다. 그래도 문제점은 없는지 들여자보자는 게 이번 취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011년은 '도가니'의 해였습니다. 그전부터 이어졌던 각종 성범죄 이슈에, 영화 '도가니'가 결정타를 날리면서 대책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하철에서도 성범죄가 잇따르자, 시민 불안 해소를 위한 대책을 지시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지하철 내 CCTV 설치 확대입니다. 절차를 거쳐 2012년 3월부터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에 CCTV가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2호선에는 43%인 356량에 2대씩 712대가, 7호선에는 100% 504량에 1008대가 설치됐습니다. 그새 시장은 바뀌었습니다만, 정책은 남았습니다.

2011년엔 또 개인정보 보호법이 제정됐습니다. 개인정보 노출 혹은 유출로 인한 피해가 늘어가다보니 이를 별도의 법을 통해 방지하자는 취지였습니다. 7조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한 기구로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했고 25조에는 영상정보처리기기, 바로 CCTV의 설치, 운영에 대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지난 1월 말, 지하철 내 CCTV 문제에 대해 심의했습니다. 발단은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이었다고 합니다. 기관사가 CCTV 영상을 감시하듯 쳐다보는 사진이 퍼지면서 문제 있는 것 아니냐며 심의해보자고 했다네요. 논의 끝에 나온 결론은 현재처럼 기관사가 상시 모니터링하는 건 설치 목적을 벗어날 수 있으니 이를 개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위원회 권고대로라면 모니터링을 해도 괜찮은 건 "긴급상황(비상인터폰, 화재경보기 작동시 등)이 발생하여 이에 대처할 필요가 있거나, 승객의 생명·안전·재산의 보호 및 전동차의 안전운행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였습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광고 영역

2호선과 7호선 운영을 담당하는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측에 문의했습니다. 권고에 따라 상시 모니터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긴급상황이나 기타 필요한 경우가 아닐 때 수시로 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어떻게 하고 있냐고 물으니 CCTV 화면은 승강장 CCTV나 전동차 CCTV를 선택해서 볼 수 있게 돼 있는데 평소엔 전동차 CCTV 모드를 선택하지 않도록 교육했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기관사들의 증언은 이 설명과 좀 달랐습니다. 범죄 예방이나 안전 외에도 수시로 전동차 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CCTV를 들여다본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요즘 같은 환절기엔 냉방, 난방, 혹은 송풍(환기)을 해달라는 민원이 수시로 들어오는데 전동차 내 승객 상황을 보고 승객이 많은지 적은지 알아야 조치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요즘에도 수시로 본다고 했습니다. 필요해서 본다는 얘기였습니다.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정색하고 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권고에 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해야 했을까요. 그렇게 하려면 그렇게 상시 모니터링함으로써 누가 피해를 보는지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법 조항 그대로 하자면 기관사가 본인 설명대로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CCTV를 보는 건 설치 목적 외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전동차의 안전운행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주장하면 또 위반이라고 하기도 뭐합니다. 어렵습니다.

변호사와 함께 이 법안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 내린 결론은, 법 조항이 모호하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에 따르면 공개된 장소에서의 CCTV 설치 및 운영은 제한적으로만 허용되는데 범죄예방이나 시설안전 등의 목적은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볼 수 있으니까요. 어떤 장소에 CCTV 설치가 가능한지, 어떤 장소는 불가한지, 어떻게 운영하는건 가능하고 어떤 건 불가한지, 좀더 명확한 안내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했습니다.

보도한 뒤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CCTV 설치에 찬성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무슨 개인정보냐 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나 사생활 침해 같은 측면은 범죄 예방 및 수사, 안전 등의 명분에 비해 지지하는 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CCTV에 촬영된 모습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느냐 하는 문제는, 이 모습이 외부로 유출돼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긴다거나 하지 않으면 당장 논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는 유효해 보입니다. 나도 모르게 유출되는 내 개인정보가 너무나 많고 당장 새어나간 하나의 정보로는 별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개별 정보들이 조합되면 이른바 '신상털기'는 너무나 쉬운 일이 되고 있으니까요. 이른바 '빅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도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개념이 확장된 게 겨우 최근 몇년이고 보호법이 발효된 것도 고작 1년 반입니다. 어디까지가 개인정보인지, 어디까지가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사족 :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이를 제대로 짚어주고 비판하는, '제대로 기자 노릇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아직 족탈불급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