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경기 침체를 부동산 부양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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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원/사회자:

지난주에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나왔습니다. 내용의 상당부분이 어려운 경제 상황 평가로 채워졌었는데요. 올해 경제 성장률을 2.3%로 예상한다. 그래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그러면서 추경 규모가 13조 원가량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오늘은 부동산 종합대책이 있을 것으로 예고가 되어 있습니다. 경제학계 원로이신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녕하십니까.

▷ 서두원/사회자:

우선 정부의 추경 편성 구체화에 대해서 말씀 여쭙겠습니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기가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꽤 있었는데 우리 경제 성장률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의 전망이 나왔어요. 박 총재께서는 우리 경제 어느 정도로 전망하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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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 않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계 경제는 이미 장기저성장 시대에 들어서 있고요.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인구 노령화, 부동산 시장의 침체, 가계부채와, 국가 부채의 급증. 여기다가 국내 투자 수요는 계속 약화되고 있거든요.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경제가 2~3% 저성장. 이런 현상. 이것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서두원/사회자:

그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들이 이런 수치 유지해주는 것. 이런 기조로 계속 가겠네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네. 그렇게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추가 경정 예산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네. 저는 필요하다고 보고요. 정부가 이번에 추경을 편성하려고 하는 것은 잘 하는 일이다. 이렇게 봅니다. 규모가 10조가 훨씬 넘는 것으로, 어떤 곳은 20조라는 말도 나오는데 규모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올해 세입부족액이 10조가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가령 20조 규모로 추경을 짠다고 하더라도 올해 세입 부족분을 메꾸고 나면 경기부양에 쓸 수 있는 돈은 절반도 되지 않을 겁니다.

▷ 서두원/사회자:

추경 편성의 재원이 대부분 적자국체가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들 보고 있는데 이건 문제가 없을까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그것이 걱정입니다. 걱정인데 새 정부가 복지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증세는 안 하겠다는 것이거든요. 그렇게 되면 내가 볼 때 정부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에 추경으로 인한 재정 적자까지 겹치면 재정건전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까. 이렇게 걱정이 되고요. 우리 경제가 그 동안 기본 체력이 양호하다. 그래서 국가 신용등급도 높이고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그 첫째 요인이 재정건전성이거든요.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든 지켜야 할 텐데 하는 문제가 참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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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원/사회자:

추경이 규모도 규모이지만 야당의 경우에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양쪽이 다 일리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서로 어느 선에서 잘 타협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 서두원/사회자:

오늘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올 것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우리가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폭등하고, 그러면 규제하고, 그러면 침체하고, 그러면 부양하고, 그러면 폭등하고 이런 악순환을 수십 년을 되풀이 해 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집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재산형성을 해 왔거든요. 우리나라 국민의 재산 형성은 90% 이상이 모두 부동산에서 왔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부동산 불패사회, 부동산 중심사회. 이런 말이 나왔었는데 이렇게 집값이 그 동안 폭등하다보니까 우리의 후손들. 오늘의 젊은 세대들은 월급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부동산 침체의 근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노령 세대는 집을 파는 세대이고 젊은 세대는 사는 세대인데 팔 사람은 늘어나고 살 사람은 줄어드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주범이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부동산의 장기 해법이라고 하는 것은, 집값은 더 내리고 우리 후손들. 젊은이들의 소득은 더 올려서 이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요. 그렇게 보면 지금의 고통은 길게 보면 정상화 과정이다. 즉 부동산 불패시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이렇게 보고요. 이런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으로 인한 고통은 술, 담배를 끊을 때의 금단현상과 같다. 그래서 현 상태에서 집값을 올리려고 하지 말고 안정을 시켜서 부동산 중심사회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서두원/사회자:

집하나 달랑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집값이 내려가니까 고통이 너무 심한데 말이죠. 게다가 이런 것을 결정하는 대통령,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말이죠. 오늘 대책 나오는 것이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이런 것 완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만일 이렇게 발표가 나온다면 바람직한 방향입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내용을 봐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지금의 근본 문제는 부동산 침체 문제가 아니라 경기 침체다. 경기 침체로 인해서 집 거래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보는데요. 경기 침체를 부동산 부양을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봐요. 그리고 부동산이 지나치게 침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은 시장 질서를 정상화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좋다고 봐요. 집값을 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시장 질서를 왜곡시키고 있는 현재의 지나친 규제. 예를 들면 분양가 상한제. 이런 것은 손을 봐야할 거예요. 이것은 시장질서와 상충되는 것이기 때문에요. 그렇지만 주택 담보 대출 인정 비율이나 총부체상환비율과 같은 이런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 이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것은 결국 가계부채를 늘려서 집을 사도록 해서 집값을 올리겠다는 것인데요. 이런 것은 매우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서두원/사회자:

또 담배, 주류. 여기에 붙은 세금 대폭 올리자는 움직임이 상당합니다. 흡연이나 음주 비만으로 지출되는 국민의 연간 진료비가 6조 7천억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지금 이런 담배, 주류 세금 인상 움직임은 어떻게 보십니까.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담배와 술에 대한 세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담배와 술이 국민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국민 건장 차원에서 담배 값을 올리는 것은 장기적인 방향으로서는 옳다고 봐요. 그러나 이것을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담배나 술에 대한 세금을 주로 저소득층이 부담합니다. 그래서 이런 세금을 올리면 결국 양극화와 빈부격차를 더 확대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것을 올리려면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이 먼저 마련되고 그 다음에 올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 서두원/사회자:

박 대통령이 요즘 거듭해서 창조경제론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박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창조경제론은 뭐라고 보시는지, 또 핵심 과제는 무엇이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글쎄요. 창조 경제. 내가 해석하기로는 창조경제란 과학발전과 기술혁신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 그런 것이 아닌가 보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내용이라고 한다면 핵심 과제는 국내 투자를 살려낼 수 있느냐. 더 좁게 말하면 대기업으로 집중되어 있는 기업 이윤을 국내 투자로 투입하도록 할 수 있느냐. 여기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이나 양극화 문제 해결의 열쇄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기업의 이익이 그 동안 과거에는 국내 투자로 되었어요.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도 되고 그 성장 과실이 전 국민에게 환류가 되었는데 지금은 대기업이 이익을 가지고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해외투자나 부채상환이나 현금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일종의 우리나라의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말하자면 순환이 안 되고 대기업에 정체되어 있는 문제가 있어서 국내 투자를 살려내느냐. 못 살려내느냐 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봅니다.

▷ 서두원/사회자:

그러면 국내 투자는 또 대기업 판이 되겠네요. 그런 우려는 어떻게 해야 하죠.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그것은 당연한 거죠. 대기업이 돈을 벌어서 그 돈을 대기업이 투자를 하는 거니까, 물론 성장도 현재 대기업이 주도를 하고 있고 투자도 대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 서두원/사회자:

거기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요. 그러면 경제민주화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느냐. 이런 질문이 나오는데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우리가 정치민주화라고 하면 국가 권력을 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 아닙니까. 경제 민주화란 제가 해석하기로는 성장과실을 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경제 질서. 이게 경제민주화라고 봅니다. 그 동안의 우리나라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는 재벌을 규제하는데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 있어요. 이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나 봅니다. 그래서 재벌 규제도 물론 필요한 것은 해야 하겠지만 성장과실을 전 국민에게 돌려주는, 다시 말하면 소득 재분배 정책이 경제민주화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집중되어 있는,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소득을 전 국민에게 순환시키도록 하는 소득재분배 정책.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되어야 하지 않나. 나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서두원/사회자:

그러면 문어발식 확장. 이런 것은 당연히 규제를 해야 하겠고요.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물론이죠. 대기업의 부당, 불법행위. 이런 것은 규제를 해야죠. 그렇지만 대기업은 커야 합니다. 지금 우리 경제 성장이 대기업이 밀고 가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기대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은 더 크도록 해야 해요. 바른 방법으로 크도록, 돈을 많이 벌도록 해야 경제 성장도 되지요. 다만 그 소득이 현재는 대기업이 편식, 독식하고 있거든요. 이것을 국민에게 환류 시키는 일. 이것이 제가 늘 주장하는 소득재분배 정책이고 정부가 이것을 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서두원/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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