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의 기세가 조금 수그러든 수요일(27일)입니다. 아침공기가 여전히 차갑기는 하지만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는 날씨라서 그런지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수요일(27일) 낮 기온은 다시 크게 오르면서 언제 추웠냐 싶을 정도로 볕이 따뜻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남부의 낮 기온이 큰 폭으로 올라서 영남내륙의 기온은 20도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요일(28일)까지는 이렇게 낮에는 무척 포근한 봄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금요일(29일)에는 다시 기온이 조금 내려가겠고 4월 초까지도 아침기온은 평년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아 조금 쌀쌀한 느낌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날씨 때문에 가장 큰 혼란을 겪는 것은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같은 봄꽃들입니다.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는 극심한 날씨 변덕에 언제 꽃을 피워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봄꽃축제를 준비하는 자치단체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지난 30년 동안 봄꽃의 개화시기가 짧으면 2~3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앞당겨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오히려 개화시기가 늦어져 한바탕 홍역을 앓은 적이 있거든요.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씨에 농락을 당하기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기온이 높아지고 있어 더위, 특히 여름철 폭염에 약한 노동자들의 의욕이 크게 줄고 있는데요. 최근 이런 노동자들의 미래를 전망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그룹은 우리나라의 기상청과 같은 조직인 미국해양대기국(NOAA)의 과학자들입니다. 연구진은 지난 30년 동안 여름철 더위 스트레스가 얼마나 일의 효율을 떨어뜨렸는지를 조사했는데요. 그 결과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10%가량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연구진이 미래의 기후예측모델을 이용해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를 내다봤더니 2050년까지 노동 생산성이 20%가량 떨어지고 2200년에는 지금의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현재의 노동 생산성의 40%에 머물 것이라는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위도에서 현재 인도의 폭염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전망인데 만약 그렇다면 저도 일하기를 포기할 것 같습니다. 인도의 건기인 4월 인도 남부의 더위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거의 살인적인 더위였거든요. 실제 해마다 수십 명이 폭염으로 생명을 잃을 정도인데 이런 더위가 보편화 된다는 분석이 나왔으니 걱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만 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인간은 그 어떤 조건에도 잘 적응을 해 온 터여서 이런 폭염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도 부근의 더운 지방임에도 불구하고 고지대로 터전을 옮겨 번창했던 잉카나 마야의 문명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군요.
앞으로 10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한 낮에 일손을 잠시 놓고 모두 낮잠을 자는 풍경이 보편화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