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청와대 로고, 꼭 바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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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2일 이명박 정부 때 사용했던 로고를 새로 교체했다. 과거 정부에서 섞어 쓰던 여러 종류의 국·영문 로고를 각각 1개로 통합했다. 로고에 대표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통일감을 준 것이 이번 새 청와대 로고의 특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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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청와대 경내에 있는 로고도 모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춘추관의 기자회견장 배경에서부터 출입 비표, 봉투나 명함 같은 사무 집기, 심지어 매점에서 파는 기념품들까지 모두 바뀌게 됐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따져볼 점도 있다.

◈ 정권따라 청와대 로고도

인수위 활동이 한창이던 올해 초, 청와대의 한 관계자와 만나 정권 인수인계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저런 얘기 도중 농담 삼아 '정권도 재창출됐으니 사람은 바뀐다 해도 로고는 남지 않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 관계자의 대답은 '절대 아닐 걸'이었다.

김영삼 정부가 청와대 로고를 만든 건 지난 1995년이었다. 청와대 본관 건물을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이후 김대중 정부도 그 로고를 계속 사용했고 10년간 청와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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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가 바뀐 건 지난 2005년 1월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청와대'라는 글씨 서체를 '휴먼 옛체'에서 '소망체'로 바꾸고 배경의 삼각형에 그어져 있던 세로줄을 없앴다. 청와대 본관 건물 이미지에도 원근법을 도입해 입체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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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측면에서만 보자면 좀 더 세련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보기 좋자고 청와대 로고를 바꿨을까?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로고가 바뀐 걸 보면 당시에도 시각적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로고도 3년 3개월 뒤 사라졌다.

◈ 청와대 로고 '수난시대'

지난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는 "기존 로고의 낡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양한 사용환경에 맞춰 효과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도록 CI 디자인을 개선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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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로고는 청와대를 상징하는 청와대 본관 건물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단순화, 명징화한 것으로 전체적인 형태와 색상을 개선해 균형 잡힌 유연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로고보다 밝고 투명한 청색을 활용해 '투명한 청와대'와 '진취적이고 젊은 청와대'의 이미지를 강조했고 로고 모양도 현대적인 서체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획의 강약을 조절해 이미지를 현대화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저런 좋은 설명들이 뒤따랐지만 이전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라는 느낌이 강했다. 정권이 교체된 만큼 청와대 로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권이 재창출된 2013년에도 청와대 로고는 어김없이 바뀌었다.

◈ 로고 바뀌어도 청와대는 '청와대'일 뿐

사실 이런 로고 변경은 청와대보다 정부 부처가 휠씬 심하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조직법을 뜯어고치면서 부처 명칭과 로고는 물론 조직까지 이합집산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정권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상징성이 강하다. 따라서 그를 대표하는 로고에 뭔가 자기만의 색깔을 입히고 싶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청와대가 갖는 국가적 상징성이다.

청와대는 정권의 상징이기에 앞서 대한민국 상징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로고가 이러 저리 바뀌어서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미국에서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백악관의 로고를 바꿨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또 큰 돈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로고를 디자인하고 각종 집기를 바꾸는데 드는 비용도 그냥 땅 파서 나오는 돈은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어떤 로고를 쓰건 청와대는 그냥 청와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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