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장고:분노의 추적자', 완성형에 도달한 타란티노식 복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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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세계에 있어서 '복수'는 영원한 주제요, 피와 폭력은 그 주제를 구체화 시키는 가장 확실한 도구다.

영화 '킬빌'(2003),'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 등에서 한층 강렬하고 세련된 폭력미학을 보여줬던 타란티노 감독이 '장고:분노의 추적자'(이하 '장고')를 통해 1878년 남부로 타임머신을 탔다. 그리고 미국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된 노예제도에 비판을 가했다. 철저하게 '타란티노식'으로 말이다.  

'장고'는 아내를 구해야만 하는 남자 '장고'(제이미 폭스 분)와 목적을 위해 그를 돕는 '닥터 슐츠'(크리스토프 왈츠 분) 그리고 그의 표적이 된 악랄한 대부호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가 벌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 대결을 그린 영화다.

노예시장으로 끌려가던 흑인들은 현상금 사냥꾼 '닥터 슐츠'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닥터 슐츠'은 흑인 노예들 사이에 있던 '장고'의 특출한 총 솜씨를 눈여겨 보고 동업을 제안한다. 현상금 사냥에 나선 두 사람은 남부의 악랄한 대부호 '캔디'와 만나게 되고, 장고는 '캔디'에게 팔려간 아내를 구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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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는 이탈리아 세르지오 코스부치의 마카로니 웨스턴극 '장고'(1966)를 재해석해 풍자와 해학이 꿈틀거리는 오락 영화로 완성시켰다. 로키 로버츠(Rocky Roberts)가 부른 '장고'(Django) 리듬이 깔리며 시작하는 영화는 현란한 편집, 빠른 액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확실한 낙관을 찍는다. 무엇보다 영화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비틀고, 섞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시켜 타란티노식 복수극으로 재탄생됐다.

2시간 40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이지만,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현상금 사냥에 혈안이 된 지식인 닥터 킹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은 집념을 보이는 장고,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힌 악랄한 대부호 캔디 이 세 사람의 펼치는 앙상블이 영화 내내 흥미로운 호기심과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 과정에서 폭포수처럼 솟구치는 피와 거침없이 잘려나가는 신체 등 타란티노 특유의 잔혹한 폭력묘사가 이어지지만, 그의 팬들이라면 오락적 요소로 맘껏 즐길 수 있다. 또 강력한 남성미를 내세운 마초주의가 비현실적으로 보일 법도 하지만, 통쾌한 판타지를 제공하며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감독은 단돈 125불에 거래되는 흑인 노예들의 모습을 통해 1870년대 노예제도의 참상을 전하고, 서로 죽을 때까지 싸우는 만딩고(Mandingo)게임에 흑인들을 참가시키고 오락처럼 즐기는 백인들의 모습을 통해 남부 부유층의 야만성을 고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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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연출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이다. 의리와 정을 가진 현상금 사냥꾼 '닥터 킹'으로 분한 크리스토프 왈츠의 열연, 생애 최초 악역에 도전한 디카프리오의 강렬한 연기, 아내를 구하기 위한 집념의 결투를 벌이는 '장고'역의 제이미 폭스 등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엄청난 포만감을 선사한다.

타란티노의 최근 몇 년간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복수극은 이미 완성형 도달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히틀러 암살 작전'을 소재로 해 나치즘을 풍자했던 '바스터즈'에 이어 미국 노예제도에 비수를 꽂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낸 점은 그가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영화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재미 속 의미 찾기에도 몰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고'는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해 1억 5천만 달러의 극장 수익을 올렸다. 이는 타란티노의 작품 중 최고 흥행 기록이다. 더욱이 지난 2월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으며 '펄프픽션' 이후 20년 만에 다시 한번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별점 ★★★★. 3월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 타임 165분.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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