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로맨스 '웜 바디스'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웜 바디스'는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좀비 'R'(니콜라스 홀트 분)이 우연히 아름다운 소녀 '줄리'(테레사 팔머 분)를 본 후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지난 14일 개봉한 '웜 바디스'는 화이트 데이 특수를 톡톡히 누려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 1위는 77일간 이어져 온 한국 영화의 정상 질주를 저지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에는 '파파로티'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웜 바디스'는 10~20대 여성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웜 바디스'가 여성 관객들에게 호감을 사는 이유는 좀비물 형식을 띠지만, 내용물은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로 채웠다는 점이다.
또 톤 다운된 독특한 영상에 감각적인 편집, 밥 딜런의 '쉘터 프롬 더 스톰(Shelter from the Storm)', 브루스 스프링스턴의 '헝그리 하트(Hungry Heart) 등으로 대표되는 60~80년대 올드팝 삽입 등 신·구세대 아우르는 감각을 한껏 투영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R' 역할을 맡았던 니콜라스 홀트의 매력이 여성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흔들었다. 'R'은 자신이 왜 좀비가 된 지 기억하지 못한 채로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캐릭터다. 그러다 어느 날 줄리를 만나게 되고 멈췄던 심장이 뛰면서 그는 삶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사색에 빠진 꽃미남 좀비의 모습은 여성들의 모성본능을 한껏 자극했다. 본인은 한없이 진지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여성들에게는 한없이 '귀여운 남동생' 같은 모습으로 다가갔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귀여운 아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홀트는 영국 드라마 '스킨스'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할리우드에 본격 진출해 '엑스맨' 시리즈와 '잭 더 자이언트 킬러' 등의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작품에서 홀트는 여심을 홀리는 청춘 스타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여느 청춘 스타와는 달리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스타일로 무장한 캐릭터가 아니라 짙은 다크 서클에 핏줄이 훤히 보이는 창백한 피부의 좀비로 등장했음에도 여성들을 열광시켰다. 잘생긴 외모에만 기댄 인기몰이가 아니라 캐릭터의 개성과 배우 본연의 매력으로 승부한 것이다.
'웜 바디스'의 인기는 뱀파이어 로맨스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교할 만하다. 물론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트와일라잇'과 비교할만한 수준이 못되지만, 국내에서 홀대받았던 좀비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공통 분모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극장가에서 좀비물은 비인기 장르였다. 대부분의 미국 좀비물은 피가 낭자하는 슬래셔 무비의 형태였던데다 정신없고 산만한 이야기 전개를 보였다. '웜 바디스'는 신세대 스타일로 특정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편견을 깨고 호감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박수 쳐줄 만하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