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추경예산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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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추경예산 카드를 다시 꺼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 동향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어제 "추경편성 여부, 규모 결정된 바 없음"이라는 짧막한 공식 해명자료를 냈다. 원래 정부의 해명자료가 짧으면 짧을수록 그것은 사실에 가깝다는 얘기다. 아직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도 않았고, 결정권자인 경제부총리도 임명장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실무 선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일종의 불경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부인부터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인사청문회 때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고, 담당 실,국에서 현 내정자에게 관련 업무보고가 이뤄졌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추경을 편성하느냐 아니냐는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돈을 더 써야할 만큼 나라살림이 잘 안돌아간다는 뜻을 반증한다. 지난해까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추경편성에 반대했던 기재부의 태도가 바뀐 것은 올해 1분기 성장률 성적표가 예상보다 저조한 데서 온 위기의식 때문일 수 있다. 각 경제연구소들도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이 지났지만, 정부조직법 때문에 시간을 다 소비했고, 다소 느슨해진 경기사이클에 재정투입을 통한 경제정책의 주도권을 잡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재정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무현, 이명박 정권 때도 취임 첫해에 모두 추경을 편성했다. 경기부양과 민생안정 등이 이유였다.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에는 경기침체로 1차, 태풍 매미 탓에 2차 추경을 편성했다. 이명박 정부 1년차에는 고유가 파동에 따른 민생안정을 이유로 4조 6천억 원의 세출을 늘렸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1차, 2차 두번에 걸쳐 12조 5천억원을 편성했다. 과거 추경예산 규모가 가장 컸던 때는 2009년으로 예산규모는 28조 4천억 원이었다.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 지원금, 취업 취약계층 지원 등에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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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도 집권초기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굳이 묻지 않더라도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추경예산이라는 것은 결국 후대에 빚을 떠안기는 일이다. 아무리 임기 초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추경규모는 10조 원 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중폭규모다. 추경이 편성된다면,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서민-취약계층의 일자리 지원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서민들의 가계부채 위험을 경감시킴으로써 소비심리 회복이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올해 예산안을 짤 때 4조 8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편성한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3% 규모인데, 추가로 10조원대의 국채를 발행한다면 박근혜 정부도 적자재정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우려가 크다.

기재부의 해명자료처럼, 아직 추경과 관련돼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준비만 하고 있을 뿐이다. 오는 2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인 대통령 주재 긴급경제장관회의에서 추경시기와 규모가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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