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것을 밝히고자 마음 먹으면 숨기자는 주위는 아녜요"
이병헌은 기자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다. 그는 유려한 말솜씨와 센스있는 유머를 구사하는 달변가지만, 인터뷰에서 철저히 선을 지켜가며 자신을 오픈한다.
지난해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가 개봉할 시점은 이민정과의 열애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당시 이병헌은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지만, 연인에 대한 언급은 본인이 생각한 적정선을 지켰다. 자칫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작품보다 개인사가 화제 되는 것을 우려한 행동이었다.
'지아이조2'의 개봉을 앞두고 가진 프리미어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식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도 이민정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이병헌은 지난 11일 국내에서 열린 프리미어 행사를 마치고 해외 프리미어 일정길에 올랐다. 국내에서 그의 마지막 홍보 활동은 지난 2주에 걸쳐 방송된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였다.
장장 10시간에 걸쳐 진행된 녹화에서 이병헌은 연예계 데뷔부터 한류 스타로 도약하기까지의 과정, 각종 뜬소문에 대한 해명, 애틋한 가족사까지 '배우 이병헌의 모든 것'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더불어 18일 방송에서는 연인 이민정과의 연애 풀스토리도 공개했다. 그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이병헌은 연애 스토리를 공개하면서 함께 자리하지 못한, 연인을 철저하게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한 차례 이별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을 밝히는 것은 본인의 이미지에는 다소 마이너스일 수도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이민정의 사려깊은 행동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6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 짧은 교제를 했다. 이병헌은 "그 친구는 일을 시작할 때였고 저도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내가 뭔가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닌가. 지금 마냥 좋다고 생각 없이 다가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며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이후 이민정은 드라마를 통해 스타의 자리에 올라섰고, 두 사람은 시상식에서 재회하게 됐다. 이병헌은 "시상식에서 마주치면 눈인사 정도를 했었다. 그러다 한 시상식에서 또 다시 만났는데 그날은 내 눈을 피하더라. 마음이 되게 걸렸다"고 밝혔다. 이후 '지아이조'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이병헌은 꿈속에서 이민정을 보게 돼 연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꿈에서 깨 이민정에게 전화했고, 자신의 눈인사를 피했던 이유를 물었다. 이민정으로부터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인사하는 오빠가 얄미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이 전화 한 통을 계기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됐고 진지한 교제를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열애설을 부인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혼자만의 일이면 제가 판단해서 할 텐데 똑같은 배우생활을 하는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이민정의 매력을 상세하게 전하며 '외모' 보다 '마음'이 예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외모가 얼마나 중요하겠냐. 예쁜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랑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두 사람의 코드다. 우리는 공유할 게 많은 사이다. 대화의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12년이라는 나이 차가 있지만, 그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의 정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람이다" 라고 소개했다.
이어 "게다가 유머감각이 대단하다. 보통 남자가 여자를 웃겨주는데 우리는 서로 그 빈도가 비슷하다. 정말 굉장히 재밌는 친구다. 정말 내가 덕분에 많이 웃는다"라고 전했다.
이병헌은 최근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마음고생하고 있을 때에도 이민정의 내조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항간의 여러가지 사건들로 인해 나도 힘들고, 그 친구와 그 친구의 가족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너무 미안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내 손을 잡아주면서 '힘내'라고 하더라. 자기는 나를 믿고 언제나 따라가 줄테니 기운내라고. 오빠답지 않게 왜 이러냐며 손을 잡아줬을 때 정말 너무 고마웠다"고 애틋한 사연을 전했다.
이 일은 두 사람의 감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병헌은 "그 친구가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구나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민정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사랑을 표현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