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홀리 모터스'(Holy Motors)가 일부 장면을 삭제한 뒤 재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 4일 국내 개봉을 앞둔 '홀리 모터스'는 지난 12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 측은 '홀리 모터스'에 대해 "표현에 있어 주제 및 내용의 이해도, 폭력성, 공포 등의 수위가 높고 특히 선정적 장면(성기) 묘사의 경우 수위가 매우 높아 제한상영가 등급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제한상영가는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내리는 등급이다. 이 등급을 받은 작품은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제한상영관은 한 곳도 없어 사실상 '상영 불가' 통보라 할 수 있다.
결국, 영화수입사는 문제가 된 성기 노출 장면을 가위질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관계자는 "'홀리 모터스'의 개봉을 위해 문제가 된 일부 장면을 삭제했다. 이 작품의 경우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이기에 성기 노출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편집이 아니라 아예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홀리 모터스'에는 주인공 '오스카'로 분한 드니 라방의 발기된 성기가 3~4초가량 짧게 등장한다. 이 장면은 오스카의 계속된 변신이 담고 있는 의미를 처연하게 드러낸 장면 중 하나다. 남녀의 성애 묘사에서 흔히 엿볼 수 있는 노골적인 선정성이나 에로틱한 의미를 띤다고 보기 어렵다.
편집 끝에 재심의를 요청한 영화사 측은 영등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사는 가위질이라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개봉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애초 예상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설령, 등급 조정으로 개봉이 된다고 할지라도 관객들은 '홀리 모터스'을 원본 필름으로 감상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제한상영가 판정 소식을 접한 영화팬들은 SNS상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내며 영등위의 모호한 심의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홀리 모터스'는 홀리 모터스라는 리무진을 타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아홉 번의 변신을 하는 오스카 씨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다. '퐁네프의 연인들', '나쁜 피' 등을 통해 프랑스 누벨 이마주를 이끈 프랑스의 거장 레오 카락스 감독의 13년 만의 장편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프랑스 최고의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뽑은 '2012년 최고의 영화' 1위에 선정된 수작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