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 촌철살인] '파파로티'vs'링컨', 한-미 '연기본좌'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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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와 할리우드의 '연기본좌'로 통하는 배우들의 신작이 이번 주 국내 극장가에서 격돌한다. 돌아온 연기파 배우 한석규의 '파파로티'(감독 윤종찬)와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초의 남우주연상 3회 수상자인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링컨'(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이 오는 14일 나란히 개봉한다.

두 작품이 흥미로운 것은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신작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메시지보다는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석규는 '파파로티'에서 탁월한 연기로 웃음과 감동의 절묘한 하모니를 보여줬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링컨'에서 육체와 정신이 혼연일체 된 메소드 연기로 캐릭터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돌아온 충무로 형님 한석규와 할리우드의 연기 괴물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신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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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파로티', 한석규의 귀환 그것만으로도! (★★☆)

'파파로티'는 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음악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건달 '장호'(이제훈 분)가 까칠하고 시니컬한 음악 선생 '상진'(한석규 분)을 만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나온 한 출연자의 사연을 모티브로 쓴 이 각본은 진부한 감동 스토리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영화는 스토리와 메시지의 진부함을 배우들의 연기로 성실하게 메우고 있다. 음악 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영화의 강점은 우아한 선율의 클래식 음악이 아닌 90년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였던 한석규와 2012년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제훈의 흥미로운 연기 앙상블이다.

한석규는 한때 촉망받는 성악가였지만, 지금은 시골 예고의 음악 선생이 된 나상진으로 분해 까칠하면서도 정감있는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다. 육두문자를 날리며 제자를 훈육하다가도 제자의 재능을 위해서라면 불의 앞에 무릎 꿇기도 하는 따사로운 연기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다. '베를린'에서 한석규의 연기에 갈증을 느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그 아쉬움을 120% 해소해 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자제의 낡은 감성은 큰 아쉬움이다. 학생과 제자를 다룬 영화에서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캐릭터들, 예상가능한 전개부터 결말까지 트렌디한 감각은 쉬이 찾아보기 어렵다. 또 조폭의 전형적인 묘사와 음악 영화에서 음악이 돋보이지 않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천재 성악가로 등장하는 이제훈은 불가피하게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이 감동의 주요 포인트가 되는 영화에서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별은 빛나건만'과 같은 명곡을 목소리 톤도 판이하게 다르고, 싱크도 제대로 맞지 않는 상태로 감상하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두 사람의 호연이 쌓아올리는 감동의 두께가 두꺼운 편이라 실제 영화를 봤을 때는 저해 요소로까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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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컨', 우리가 몰랐던 집념의 정치인 (★★★☆)

영화 ‘링컨’은 미국의 남북전쟁을 둘러싼 갈등, 그 중심에 서 있었던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링컨이 재임되고 나서 암살되기까지의 약 4개월을 배경으로 '헌정 개정'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링컨'이 흥미로운 것은 업적 중심으로 위인을 찬양하는 전기 영화가 아니라 한 대통령의 정치적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제13차 미국 헌법 개정 통과를 위해 정치적 거래, 편법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노예제 폐기를 자기의 시대에 이뤄야할 소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지극히 미국적인 소재적인 소재임도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보여주는 정치 철학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그것을 관철 시키기 위해 보여주는 강력한 추진력이 꽤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부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에서 개봉 당시 일각에서는 헌법 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링컨의 모습을 통해 오바마의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지지하고자 하는 숨은 메시지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흥미로운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 최근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미국 체류 당시 '링컨'을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링컨은 정치인들의 롤모델로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링컨'은 연출의 묘보다는 배우의 연기가 더 돋보이는 영화다. '메소드 연기의 교과서'로 불리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체중감량과 분장을 통해 링컨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또한, 탁월한 심리연기로 대통령 링컨의 인간적 고뇌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 영화의 열연을 통해 지난 2월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3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아카데미 85년사에서 한 남자배우가 3개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간 것은 최초다.

ebada@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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