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만인가? 타이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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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가 타이완에서 열리면서 '대만'이냐 '타이완'이냐는 해묵은 논쟁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사들의 표기 방법은 제각각 다릅니다. 심지어 같은 언론사에서도 제목은 '대만'으로, 기사 본문에서는 '타이완'으로 씁니다. 국립국어원은 '타이완'이 맞다고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는 주로 '대만'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대만'과 '타이완'의 논쟁은 단순히 표기 방법을 넘어 복잡한 국제정치학적 문제가 내포돼 있습니다. 격동의 중국 현대사에서 타이완만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 국가도 없을 것입니다. '중화민국'에서 '자유중국'으로 그리고 다시  '대만'으로 불리다 21세기 들어와서는 '타이완'으로 불렸습니다. 올림픽 같은 국제스포츠 무대에서는 '차이니스 타이페이'란 생소한 이름으로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대만'과 '타이완'의 문제는 결국 타이완을 국가로 볼 것이냐 아닌가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현재 타이완과 수교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가 타이완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타이완'은 '대만'의 중국어 발음입니다. 우리가 중국 수도를 말할 때 '북경' 대신 '베이징'이라고 하는 것처럼 '타이완'이라고 부르면 그것은 타이완이 별도의 독립국가가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 내의 한 지역을 뜻합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타이완을 자국 내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타이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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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우리 정부를 비롯해 상당수 언론들이 아직도 '대만'으로 표기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관습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오랫동안 '타이완'보다는 '대만'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거 독일이 통일되지 않았을 때 한국과 미국은 '서독'과 '동독'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서독'과 '동독'이란 나라는 없었습니다. '서독'은 '독일연방공화국', 동독은 '독일민주공화국'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 주장해도 대부분의 해외언론들은 여전히 'South Korea'라고 합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부르는 공식 국가 명칭은 '중화민국'입니다. 하지만 타이완을 빼놓고 이런 명칭을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부를 때는 법적 타당성보다는 관습이 더 큰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타이완'과 '대만'의 논쟁은 이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외교를 담당하는 정부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타이완을 국가로 보지 않는 입장을 계속 견지할 경우에는 '타이완'으로, 관습을 더 존중한다면  '대만'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통상 중국을 '쭝구어', 일본을 '니폰', 미국을 'USA'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타이완'과 '대만' 사이에서 하나를 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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