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지도부의 1일(현지시간) 막판 협상 결렬로 결국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는 우려에서 현실로 바뀌었다.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미국 정부는 오는 9월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 즉 앞으로 7개월간 총 850억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국방예산에 해당되는 것이어서 세계 최대 군사대국인 미국의 군(軍) 전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장기적으로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상 결렬이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여서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확대'라는 최악의 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아울러 지난 수년간 예산안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 재정적자 감축 방안, 세금 인상 등을 놓고 끊임없이 대치를 거듭한 미국 정치권이 이번 협상에서도 타결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지출삭감 규모는 = 백악관과 의회는 지난 2011년 8월 국가부채 법정한도 상향조정을 위한 협상을 타결지으면서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예산관리법(BCA)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1조2천억달러의 재정지출을 자동 삭감하기로 했다.
오는 9월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에는 국방비 460억달러와 교육·수송·주택건설 일반예산 390억달러 등 850억달러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삭감되는 것은 일반적인 연방정부 사업비용인 `재량적 지출'이며,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정부부채 이자 등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다.
삭감액인 850억달러는 올해 전체 연방예산 3조6천억 달러의 약 2.4%에 불과하다.
미국 정치권이 지난해 12월 '재정절벽' 협상 때만큼 절박하게 나오지 않은 이유라 할 수 있다.
◇가장 충격이 큰 부문은 = 백악관에 따르면 시퀘스터로 인해 국방 관련 사업 예산의 13%, 비(非) 국방예산의 9%가 잘려나간다.
국방부에 해당되는 삭감액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460억달러에 달한다.
주당 1천500~2천명으로 추산되는 국방부의 민간고용이 동결되고, 일시 해고 대상만 4만6천여명에 달한다.
전국에 산재한 국방부 관련 시설의 개축 및 보수 관련 예산 가운데 100억달러 이상이 감축되는 것은 물론 전투기 비행시간이 줄어들고 무기개발 프로그램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방예산 삭감은 (군의) 훈련과 대비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군의 임무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 연방항공청(FAA) 직원 약 4만7천여명이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고 세관을 비롯해 국경경비대, 연방교통안전청(TSA) 직원들도 같은 처지여서 공항이나 항구에서 승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급 휴가자에게는 최소 1개월전에 통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 등의 운영 차질은 4월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농무부는 육류검사 직원 8천400명이 무급휴가를 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육류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연방수사국(FBI)과 연방검찰 검사, 사회보장국 직원, 국세청(IRS), 식품의약국(FD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방재난관리청(FEMA) , 국립공원관리청 등에서도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가야해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국민 불편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 전문가들은 시퀘스터가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작전연습인 한미 '키 리졸브(KR)' 연습은 예정대로 이달10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실시되며, 주한미군 순환(로테이션) 준비도 계속 진행된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미군 재편성 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물리적인 영향보다도 시퀘스터 논란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불확실성이 추가되는데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에서도 기업투자와 소비위축 등의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 공화당은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 및 각종 공제 프로그램을 대거 손질해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유층 및 기업을 상대로 한 세금 인상을 통한 세수입 증대에는 공화당 지지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극구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는 저소득층 등을 위한 프로그램에 칼을 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신 기업이나 부유층의 탈루를 막음으로써 세수를 늘려 부족한 예산을 메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지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내년말 중간선거를 겨냥해 전통적 유권자층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전망은 =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권이 결국은 타협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를 `재앙'이라고 했으나 공화당은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실제 결과를 보자"는 입장이지만 계속 타협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지출삭감과 관련한 합의점을 찾더라도 앞으로 넘어야 할 위기는 산 넘어 산이다.
지난해 9월 의회가 일단 6개월 동안만 적용하기로 의결한 2013회계연도(지난해 10월 1일∼올해 9월 30일) 잠정예산안 기간이 오는 27일 종료해 그전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문을 닫아야 한다.
또 5월 18일까지로 미뤄놓은 국가 채무 한도를 재조정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지는 동시에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