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불법 녹취·감시까지…도 넘은 유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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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신사들의 가입자 유치전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판매점이 다른 통신사제품 추천이라도 할까봐 불법 녹취, 몰래 감시에 협박까지 하면서 자기네 제품만 팔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조기호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기자>

휴대전화 판매점 이름과 주소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문서입니다.

얼핏 보면 일반적인 시장 조사 자료 같은데, 문서 한 켠에 녹취 여부라는 이상한 항목이 눈에 띕니다.

누가, 뭘 녹취했다는 걸까.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을 지난 1년 동안 SKT에서 비밀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직영 대리점과 달리 통신 3사 제품을 모두 팔 수 있는 판매점을 감시하는 일이었습니다.

[SKT측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 판매점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정해준 대사를 가지고 녹음을 하는 거였어요.]

이들은 SKT 보조금을 지원받은 판매점들이 타사 제품을 팔 경우 이를 불법 녹취해 본사에 보고했습니다.

[지원금을 받은 곳에서는 무조건 SKT를 추천하면서 가격이 싸다고 말을 해야 되는데, 그렇게 말하지 않는 곳 같은 경우는 이제 저희가 녹음을 합니다.]

실제 보고서는 몰래 녹취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돼 있습니다.

[00휴대전화 판매점주/판매점 녹취상황 : (다른 통신사로 옮기면 혜택이 있나요?) SKT가 지금 행사를 크게 하고 있거든요.]

SKT를 권유한 판매점엔 SKT만 판매한다고 작성하고.

[△△휴대전화 판매점주 : (통신사는 어디 쓰세요?) 지금은 SKT요. (SKT요? KT로 이동하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기기변경보다…)]

다른 통신사 제품을 권유하면 그런 사실을 보고서에 적어놓습니다.

이렇게 몰래 녹취를 하며 감시한 판매점이 충북지역에서만 1천여 개나 됩니다.

[00휴대전화 판매점주 : (SKT)가 나한테 타사 (제품을) 판매한 적이 있냐고 물어봐서… 그래, 그렇다. 하지만 SKT 제품만 팔았다 얘기했어요. 이건 감시지.]

다른 통신사들도 마찬가지 상황.

SBS가 입수한 공문을 보면 지난 주부터 영업 정지를 당한 KT는 타사 제품을 팔 경우 보조금을 환수하겠다며 판매점에 으름장을 놓고.

LGU+ 역시 27만 원까지 줄 수 있는 법정 보조금을 3배까지 더 주겠다며 자사 제품만 추천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감시와 압박을 받은 판매점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게 된 소비자입니다.

[박진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 : 판매점들을 압박하고, 결국 판매점들이 특정 통신사 가입만을 소비자들에게 권유하게끔 강제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많은 보조금 논란에 이어 불법녹취와 감시까지.

도 넘은 가입자 유치행위가 실정법 위반으로까지 확산된 현실입니다.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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